본문 바로가기
취미생활

행복에 관한 꿈 - 꿈 해석과 상징

by 밀리멜리 2023. 3. 27.

반응형

어젯밤 꿈 이야기다. 

 

나는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고, 옆좌석에는 동생과 지인들이 앉아 있었다. 누군가가 말을 꺼냈다.

 

"무슨 소원이든지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곰인형이 있대."

"곰인형?"

"그 곰인형은 하얀색인데, 약간 베이지색 같기도 하고. 눈이랑 코는 까매. 팔다리는 길쭉한데, 흰 털이 복실복실하고. 그걸 찾아야 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으니 내가 먼저 찾아야지. 소원을 들어주는 인형 하나면 인생 편하게 살 수 있어."

 

소원 들어주는 곰인형을 찾아라!

 

그때부터 일행들은 각자 소원을 들어주는 하얀 곰인형을 미친듯이 찾아 헤맸다. 식당에 가서도 보물찾기를 하듯 이곳저곳 구석구석을 뒤졌다. 길거리를 샅샅이 헤매고, 문구점에도 들러 인형을 찾았다.

 

문구점 구석에는 고급 서예붓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커다란 서예붓 하나를 집어들고 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이게 소원을 들어주는 곰인형 아닐까?" 

"그건 그냥 붓인데."

 

꿈에서 얼굴을 모르는, 내 친구로 출연한 누군가가 대답했다.

 

이건 아니겠지...

그렇게 멍청하게 서예붓을 들여다 보는 나에게, 커다란 우비를 입고 어깨에 새를 얹은 도사같은 사람이 나를 지나치며 말했다. 

 

"그걸 어데서 찾노! 시잘데기 없는 데를 보고 있네."

 

갑자기 부산 사투리? 그런데 자세히 보니 말하고 있는 건 그 도사가 아니라 어깨 위에 앉은 새였다. 도사는 이 한마디를 툭 던지고는 문구점 밖으로 나가버렸다. 황급히 그 사람에게 달려갔다. 다행히 그는 아직 거리에 있었고, 나는 그 어깨 위에 앉은 새에게 물었다.

 

"어디서 찾아야 해요?"

"찾긴 뭘 찾노. 고 있네, 고."

 

 

 '고 있네' 라는 말에 뒤를 돌아봐도 잡다구레한 물건만 보이고 하얀 곰인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동생이 말한다.

 

"언니, 여기 있네. 여기."

 

동생이 가리킨 곳을 보니 정말 말한 그대로의 곰인형이 딱 하나 진열되어 있었다. 모두가 찾는 이 곰인형! 찾았을 때 너무 반가웠지만, 곧 이 인형의 주인은 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 먼저 찾았으니까.

 

"너가 찾았으니 네 거지."

"나는 이미 갖고 있어."

"뭐?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는데 어떻게 갖고 있어?"

"몰라, 인형이 먼저 나한테 오던데. 그러니까 이건 언니 가져."

"네가 이미 갖고 있으면 가짜 아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 인형이 진짜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냥 그런 기분이 들었다. 손을 들어 곰인형을 집어들자, 인형에서 갑자기 빛이 나면서 인형이 말을 시작했다.

 

"소원이 뭐야?"

"음, 내 소원은... 내 소원은..."

 

뭘 빌어야 하지? 건강? 가족의 행복? 나의 성공? 돈?

 

그렇게 얼버무리는 사이, 인형은 갑자기 내 손에서 빠져나가 산으로 훌쩍 들어가버렸다. 바람처럼 스르륵 손에서 증발되듯 빠져나갔다.

 

"안돼!"

 

급히 달려서 인형을 쫓아나갔지만, 인형은 이미 너무 먼곳으로 가버렸다. 너무 빨라서 쫓아갈 수가 없다. 아, 이 손에 잡고 있었는데... 그걸 놓치다니! 

 

하지만 굴하지 않고(?) 나는 한번이라도 그 인형을 만져봤다는 우월감에 빠졌다. 일행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걸 다 찾고 있는데, 갖고 있는 사람은 내 동생뿐이다. 나는 사람들이 시장통을 방불케 하며 난리를 치고 그 인형을 찾는 걸 보면서 가만히 중얼거렸다.

 

"바보들, 그 인형은 내 동생이 갖고 있는데. 그리고 나도 만져봤다고! 난 한번 만져봤으니까 저 사람들보다 쉽게 찾을 수 있어. 동생아, 근데 저 사람들 찾아 헤매는 거 불쌍하지 않아? 이미 네가 갖고 있으니까 찾을 필요 없다고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아참, 아니다. 네가 갖고 있는 걸 알면 너한테 해꼬지할지도 몰라. 그냥 가만히 모른척 하자."

 

동생은 대답하지 않고 그냥 웃으며 나에게 되물었다.

 

"언니, 무슨 소원을 빌 거야?"

"참, 그래! 그걸 생각해 놔야지 놓치지 않겠네. 나는, 나는... 동물이랑 말이 통했으면 좋겠어. 그래, 그게 내 소원이야. 아까 그 도사 어깨위에 앉은 새랑 이야기해보니까, 동물하고 말이 통하면 재밌을 것 같아." 

"그래."

 

갑자기 왜 동물하고 말이 통하는 게 소원인지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말이 튀어나왔다. 

 

"언니, 주머니 속을 봐."

 

동생의 말대로 주머니를 뒤졌다.

 

어릴적부터 갖고 있던, 20년은 된 피글렛 인형이 나왔다. 그 인형에서 아까같은 밝은 빛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꿈속 내내 찾던 그 소원을 들어주는 인형이었다.

 

"어! 이게 나한테 있었네?"

 

그리고 눈을 떴다. 일어나니 내가 예전에 운동하겠다고 산 스탠드바이크 바구니에 앉아 웃고 있는 피글렛 인형이 보였다.

 

눈뜨자마자 발견한 피글렛 인형

 

나만의 꿈 상징 해석

 

꿈에서 봤던 인형이 눈뜨자마자 보이니 정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꿈이 너무 재밌긴 한데, 이게 무슨 뜻일까?

 

꿈에서 나오는 것들은 물건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 상징적이라고 했으니, 대충 짐작을 해 본다. 요즘은 꿈을 꿈면 나름대로 해석하는 걸 좋아한다.

 

소원을 들어주는 인형은 행복을 의미하는 것 같다. 행복감이나 즐거움, 긍정, 인생의 낙, 휴식 이런 것들. 모두가 행복을 찾아 헤매는데 정작 행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건강, 가족의 행복, 돈, 명예 모두 필요한 것이지만 직접적으로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으니까. 애써서 찾으면 찾을수록 불행해지는 게 행복이다.

 

게다가 나는 항상 내 동생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잘 헤쳐나가고, 긍정적으로 웃으며 걱정이 있어도 곧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원래 걱정이 많은 나는 그런 동생의 성격이 내심 부러웠다.

 

서예붓은 공부욕심을 나타내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공부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고, 그래서 무지 애를 쓴다. 지금도 컬리지 입학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준비도 충분히 못했으면서 경쟁률을 뚫고 빨리 입학했으면 하는 마음을 누르기가 힘들었다. 합격하면 행복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내 무의식은 아마 그런 행복은 너무 짧고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도인이나 말하는 새는 나를 도와주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나 캐나다에서나 주변 사람의 도움을 넘치도록 많이 받았다. 꿈에서 그 도인이 사라진 후 문방구를 떠나지 않고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마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피글렛 인형은 내가 원래 가지고 있는 행복, 나의 삶 그대로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