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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야근과 프랑스에서 온 임원들

by 밀리멜리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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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 야근을 했다. 지난 이틀간은 마치지 못한 일을 하느라 30분정도 일을 더 한 거여서, 따로 힘든 건 별로 없었다.

그치만 오늘처럼 2시간이나 초과근무한 건 처음이다. 야근수당은 따로 없지만 대신 이 초과근무한 시간은 나중에 쉬거나 은행 병원 등을 가는 데 쓸 수 있다.

아유, 어쩐지 이번 주 바쁠것 같더라니!


1시 반에 예정되어 있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기 위해 12시 15분에 회의장에 도착했다. 이사벨은 30분 후에 도착했다.

그런데 1시가 되고 2시가 지나도록 참석자들이 오지 않는다. 3시가 되고 그제서야 출발한다는 문자가 왔다. 이런 회의는 첨 보는데? 시간도 안 정해져 있고...?

2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참석자들이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고 맞이하러 나갔는다. 전부 여성 임원들이었는데, 말투가 뭔가 우아하고 알아듣기 쉽다. 퀘벡 사람들이 아닌가?

"늦어서 미안해요! 이건 다 내 탓이야."
"아휴,  시차 때문에 어질어질하네요."

알고보니 프랑스 브르타뉴에서 온 사람들이다. 게다가 직책도 다 높은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사벨이 발표하며 긴장했던 모양이다. 양손을 비비며 만지는 게 긴장했다는 신호인 것 같다.


"시차가 얼마나 되요? 브르타뉴랑 몬트리올이요."
"6시간이예요. 지금 거기는 완전 밤이죠!"

결국 프레젠테이션은 3시 반이 넘어서 시작했고,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이사벨은 집에 가버렸다. 날더러 끝까지 남아 회의에 참석해달라는 말과 함께.

"끝까지 남아서 회의 보고 정리해 줄 수 있어?"
"그럴게요."

생각보다 회의는 재밌었지만(?) 그래도 업무시간이 끝났는데... 집에 가고 싶은 맘이 들었다.

그 때 이사벨의 문자가 왔다.

"내가 시간을 못 봤네! 업무시간이 끝났으니까 집에 가야 하면 가도 돼. 근데 회의실 컴퓨터에 네 계정으로 접속했으니 그냥 두면 걱정이네."

아주 잠깐 집에 갈까 생각했지만 그냥 마무리 다 하고 가기로 했다.

"걱정 마요. 끝까지 보고 정리하고 갈게요."
"그래 고마워!"

회의가 끝나고, 프랑스 팀원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느라 떠나질 않는다. 모두 기다렸다는 듯 밖에 나가자마자 담배부터 피운다.

"바깥 공기 쐬니 좋네. 퀘벡은 좀 춥네요!"
"맞아요, 오늘 갑자기 또 추워졌네요."
"아무튼 끝까지 남아줘서 고마워요. 일찍 떠나도 되는데, 회의 도와줘서 고마워요."
"별 말씀을요. 걱정 마세요."

생각보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프랑스에서 몬트리올로 출장 온 사람들 회의에 참석하다니. 조금 피곤하지만 색다른 하루다. 그치만 이제 야근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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