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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길티 플레져 - 죄책감 들지만 즐거운 활동은 뭔가요?

by 밀리멜리 202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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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행정원들을 기념하는 주간이다. 기념일을 맞아 모임이 있었다. 임원들과 비서들이 모여 오전에 미팅을 하고, 점심도 제공된단다.

점심 준다는 말에 ... 가기로 결심했다. 농담이고, 공짜 점심도 있지만 팀원들 얼굴을 처음으로 보는 날이다. 같은 팀에 속해있지만 항상 메일로만 소통해서 직접 보는 건 처음이다. 

점심은 몬트리올에서 유명한 생트위베다. 생트위베는 약간 한국의 교촌치킨이나 김밥천국 느낌인데, 대부분 지역에 배달이 되는 치킨집이라고 볼 수 있다. 

"생트위베에서 점심 메뉴 고르라고 설문 보냈는데, 샐러드만 고른 사람들이 많던데요? 밥 안 먹고 샐러드만 먹을 거예요? 여기 치킨집이에요!"

하하하하 하고 다들 웃음이 터졌다. 나도 웃으면서 멋쩍어했는데, 바로 내가 그 샐러드만 고른 그 중의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행이야.

"미안해요, 그 중의 한 명이 나예요. 샐러드만 고르는 줄 알았는데 그게 끝이더라구요?"
"하하, 근데 다른 사람들도 질문을 이해못한 사람이 많아요. 엄청 복잡하더라구요... 그래서 첫 안건이 바로 점심메뉴 고르기 입니다. 생트위베에 너무 메뉴가 많고 어떤 메뉴는 예산을 넘어가기 때문에, 둘 중에서 하나 고르는 걸로 할게요. 닭다리냐 닭가슴살이냐, 그것만 고르세요!" 
"베엥... 심플하네!"

다들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고, 내 차례가 되었다.

"어,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말을 하려니까 좀 쑥스러운데요. 저는 일한 지 1년 되었고, 지금 보니 아는 얼굴들도 있고 처음 보는 얼굴도 있네요. 반갑습니다."

사실 무슨 말을 할지 계속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그냥 짧게 끝냈다. 프랑스어가 아직 서투르다든지, 게다가 인턴을 빼면 내가 정직원 중에서 연차가 제일 적었다는 말을 할까 했는데... 뭐, 처음 보는 사이에 내 서투른 부분을 일부러 이야기할 건 없지 싶다. 

미팅이라지만 분위기는 그냥 수다 떠는 것 같았다. 

 

각자의 길티플레져는 뭔지, 취미는 뭔지, 좋아하는 동물의 배우고 싶은 장점은 뭔지... 등등 서로를 알아보는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길티플레져 이야기가 제일 재밌었다. 프랑스어로는 플레지 꾸빠블(plaisir coupable)이라고 한다.

 

길티플레져란,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에 부끄러운 일이거나 죄책감을 느낄만한 일이지만 했을 때 즐거운 일이나 행동을 말한다.

"길티플레져에 간식을 꼽은 사람이 많네요! 초콜릿, 사탕, 감자칩, 케이크..."

"아, 감자칩이랑 초콜릿이랑 둘 다 같이 먹으면 더 맛있지!"
"맞아, 수크레 에 살레(sucré et salé, 달고 짠 것)..."

 

역시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여기도 단짠단짠이 먹힌다.

 

"그리고 게임도 있고. 하나 엄청 특이한 게 있는데, 몬트리올 저널 공짜신문의 독자란 <루이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게 길티플레져라는 사람이 있어요. 누구예요?"
"세상에, 그게 아직도 있어요? 루이스에게 보내는 편지가? 흠... 아무래도 이번 여름에 퇴직하는 디안 같은데."
"나 맞아. 하하하, 토요일 아침이면 신문의 그 부분만 찢어다가 보고..."
"그리고 뒷면의 십자낱말풀이도 하고?"
"아, 그렇지."

나는 길티 플레져에 케이크라고 적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길티 플레져는 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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