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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월요일에 일어난 말다툼

by 밀리멜리 2023.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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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한 주의 시작이다. 

월요일에는 다른 부서의 임원과 비서가 우리 사무실로 온다고 하길래 사무실을 예약해 두고 평소보다 일찍 가서 기다렸다. 평소보다 15분이나 일찍 갔는데 그 둘이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 일찍 오셨네요! 금방 문 열어드릴게요."
"정말 고마워, 이렇게 맞아주고."
"별걸요."
"여기 오니까 얼굴도 보고 좋네."

이번에 새로 온 동료 M은 부서가 다르지만 공동 프로젝트가 많아서 꽤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저번 회의에서 한 번 본 적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기 편했다. 

점심도 같이 먹고, G와도 얼굴을 익혔다. 점심시간은 화기애애하게 지나갔는데... 

그런데 일이 벌어졌다. M과 G의 대화에서.

"오늘까지 답해줘야지, 오늘 저녁까지라고 메일에 써놨잖아."
"그럼 나한테도 참조를 해서 보내줘야지, 안 그럼 모르니까."
"찾아서 알아봐야 하는 거 아냐? 그게 니 역할이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 난 여기서 12년 일했다고."
"우리 부서에서는 그렇게 일 안해..."
"이 부서든 저 부서든 그런 건 기본이지!"

갑자기 G가 소리치는 말에 M은 잠자코 있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래, 됐어. 알겠어."

하고 훅 나가버렸다. 갑자기 내 앞에서 벌어진 말싸움에 나는 멍해졌다.
 
M은 여기서 일한 지 25년도 넘었는데... 여기서 연차 자랑? 아무튼 연차가 1년인 나는 그냥 이 상황을 수습해 보려고 애썼다.

"아니, 이 일이 좀 미뤄진 건 알겠는데... 음, 아무튼 결과는..."
"너도 이메일 보낼때마다 참조해서 보내줘?"
"응? 그거야 너 마음대로 하고..."

괜히 나한테 불똥이 튀었다.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자기 상사 이메일도 안 봐? 쟤는 모른대?"
"뭐, 무슨 말 하는거야?"
"됐다, 넌 이해 못했구나. 됐어."

어떻게 해도 화가 풀릴 것 같지 않아서 외국인 카드를 내밀었다. 이야기 못 들은 척.

둘 다 일 잘하는 사람들인데... 여기도 일터다 보니 싸움이 생기네.

M이 내 사무실로 들어와 말했다.

"저런 말투 너무 모욕적이야. 말도 안돼. 자기 상사한테도 저렇게 말한대? 내 상사라면 절대 저런 말투 용납 못할 건데. 알지?"
"말투가 너무 세긴 하지... 사실, 말투 때문에 다른 사람하고도 다툼이 자주 있긴 했어."
"너랑도 싸웠어?"
"나랑은 싸운 건 아닌데, 저런 말투 많이 들어봤지. 그게 싫어서 나간 사람도 있는걸. 아무튼 모두에게 똑같은 말투를 쓰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상사한테도 저런 말투 쓴대?"
"그런 것 같진 않지만..."
"봐, 그럴 줄 알았어. 자기도 임원이 아니면서 뭐."

뭐, 나도 그 말투 때문에 처음엔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냥 그게 성격이라는 걸 알고 별 문제없이 지내왔다. 하지만 친절한 게 몸에 배인 캐나다 사람에게 이런 말투는 무례하게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거슬리는 걸 문제삼지 않고 그냥 잘 넘어간다. 아예 그런 말을 들어도 화가 안 난다. 나는 항상 물어봐야 하는 입장이고 경험이 적으니깐 그러려니 하는데 아무래도 경력 25년차가 그런 말 들으면 짜증이 날 수밖에.

나는 주로 들어주는 편이다. 이 사람이 하는 말, 저 사람이 하는 말... G의 사무실에도 들러 보았다.

"안녕."
"응, 안녕."
"어때, 기분 좀 괜찮아졌어?"
"그럼, 그럼. 나 괜찮아. 그냥 일이 너무 많은데 저렇게 대답을 확실히 안 주고 이리저리 핑계 대는 게 너무 싫어. 그냥 그게 싫어서 그런 거야."
"하긴, 넌 확실하게 대답하는 걸 좋아하지."
"그래, 그거야! 그게 뭐 다른 부서라고 다르겠어? 왜 우물쭈물하는 거야?"
"아무튼, 기분 나아졌다니 다행이다." 
 
또 G가 흥분할 것 같아서 얼른 말을 끊었다.
 
싸움을 말리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누군가가 싸우는 모습을 보니... 월요일은 월요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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