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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봄철 맞아 자전거 정비하기

by 밀리멜리 2023.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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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었다고 하지만 몬트리올은 7도~12도 안팎으로 아직 쌀쌀하다. 게다가 이번 주 내내 조금씩 비가 왔다.

그래서 아직 자전거를 꺼낼 생각을 못 하고 있었는데, 마침 회사에서 자전거 수리업체를 불러 자전거 정비를 해준다고 한다. 마리가 이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었다. 이런 건 꼭 써먹어야지!

아침부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보관해놨던 자전거를 꺼냈다. 세상에, 겨울 내내 주차장에 있어서 그런지 매연 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흰 티슈에 까맣게 묻어나는 먼지... 

 


자전거를 얼른 닦고 출근했다. 와, 거의 반 년동안 안 탔더니 자전거 바퀴가 물렁물렁하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틱 틱 걸리는 소리가 나는데... 회사까지만 이렇게 가도 괜찮겠지?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보자마자 신청했는데도 마지막 날에 등록이 되었다. 

 

줄도 꽤 기네.

 


부품도 갈아준다고 하는데, 부품 값이 상당해서인지 새 바퀴를 아예 들고 오는 사람도 있었다. 

 

십여분 기다린 끝에 내 차례가 왔다.

 


"안녕하세요!"

잘생긴 청년이 내 자전거를 맡아주었다.

"자전거 탈 때 불편한 점 있었나요?"
"음, 별로 없었어요. 다만 겨울동안 안 타서 바퀴에 바람을 좀 넣어야 하고요. 기어도 없는 심플한 자전거라서 괜찮을 것 같아요. 이런 정비를 한 번도 안 해봐서, 잘 작동하나 한번 봐주세요."
"아, 정말 심플하긴 하네요. 그래요, 훨씬 쉽겠어요. 정말 자전거 바퀴가 크라베..일 수도 있겠네요."
"네?"
"아, 플랫 타이어(flat tire, 펑크난 타이어)요. 만약에 펑크난 거라면 갈아야 하고, 그럼 부품값을 청구할 거고요. 안 난거면 공짜죠."
"아... 그래요. 근데 뭐라고 하셨죠? 저 프랑스어가 서툴어서, 플랫 타이어가 프랑스어로 뭐예요?"
"프누 크흐베(pneau crevé)."
"아, 프누 크흐베. 고마워요."
"제가 다 영어로 말해드릴 수 있는데, 섞이니까 헷갈리네요."

"아이, 괜찮아요. 고맙네요."

 


퇴근 후, 정비가 끝나 자전거를 받았다. 다행히도 타이어에 구멍이 나지 않아서 갈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마리가 물었다.

"너 자전거 정비 잘 했어?"
"응, 받아왔어. 내껀 정비할 게 별로 없다고 하더라고."
"나는 고장난 것 투성이야. 페달도 새로 갈고, 기어 줄도 갈고... 아무튼 부품 여러 개 새로 고쳤어. 120달러나 나왔지 뭐야."
"그랬어? 하긴 너는 자전거 엄청 자주 타니까. 그렇게 많이 나올 줄 알았어?"
"뭐, 부품 갈아야 할 거는 알고 있었는데, 120달러일 줄은 몰랐지."
"그 정도면 중고 자전거 하나는 사겠네. 그래도 안전한 게 중요하니까."
"안전하기 이전에, 사실 자전거가 거의 안 나갔었어. 이제 정비 받았으니 더 오래 타겠지, 뭐."
"그래, 좋다!"

퇴근시간이 되어 자전거를 한 번 타보았다.

와, 브레이크도 짱짱하고, 바퀴도 탄탄해서 잘 나간다. 바퀴가 헐렁했던 아침에 비해 속도가 너무 잘 난다. 우와! 신난다.

핸들도 잡기 좋게 조정해 준 것 같고, 뭔가 기분이 달랐다. 슝슝 나가는 자전거 덕분에 무지 빠르게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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