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 사무실 동료인 떼아가 사무실 이사를 갔다. 그래봤자 한 층 밑이지만, 그래도 바로 옆에 있던 것과 층계를 내려가야 하는 게 많이 다르다.
떼아는 항상 친절하고 밝다. 22살밖에 안 되었는데도 일을 척척 잘 처리한다.
그런 떼아가 작년 가을 코로나에 걸리고 크게 앓았다. 함께 4차 주사까지 맞았는데도 병원에 입원할 만큼 크게 앓아서, 겨울 내내 병가로 쉬다가 이제야 겨우 회복했다. 떼아의 말로는 코로나 이후 생긴 염증이 비강과 귀, 관자놀이 쪽으로 번져서 항생제 치료를 했다고 한다.
그냥 내 생각이지만 떼아가 밥을 잘 안 챙겨먹고 단 것을 좋아해서 후유증이 오래 간 건 아닐까 한다. 떼아네 사무실에는 항상 초콜릿과 사탕이 바구니에 가득가득 담겨 있어서, 놀러 갈 때마다 하나씩 얻어오기도 했다. 오후가 되면 떼아가 복도를 다 돌아다니며 초콜릿을 나눠주고는 했다.
아무튼, 그런 떼아가 1층으로 이사를 가서, 메신저로 연락을 했다.
"떼아, 잘 있었어? 오늘 사무실 왔니?"
"응, 왔어. 뭐 도와줄 거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우리 팀 10시 반에 카페 가는데 같이 갈래?"
"좋지!"
만나자마자 떼아가 모티바시옹(의욕, 동기부여)이라고 적힌 봉투를 내민다.
"자, 이거 선물이야."
"앗! 뭔지 알 거 같은데. 뜯어봐도 돼?"
"당연하지."
"음... 초콜릿인 것 같은데?"
"하하, 맞아. 이제 내가 초콜릿 나눠주기 어려우니까, 너에게 임무를 맡길게. 네가 초콜릿 디스패치가 되는 거야."
"오, 알겠어. 고마워. 네 임무를 대신하겠어."
이렇게 챙겨주다니. 친절한 제스처가 정말 고마운 하루다.
퇴근시간, 나는 이사벨이 맡긴 업무를 하다가 좀 늦어서 30분 추가 근무를 해야 했다. 하루종일 회의에 시달린 이사벨이 무척 피곤해 보였다.
"오늘도 마지막 순간에 업무를 줘버렸네, 미안해."
"뭘요, 걱정 마요."
사실 퇴근시간 직전에 업무가 오면 좀 마음이 급해지고 잘 덤벙댄다. 그래도 저렇게 건네는 말 한마디면 아쉬운 마음이 싹 사라진다. 30분이면 뭐 많지도 않고.
크리스틴도 뒤늦게 퇴근해 정문에서 만났다.
"크리스틴, 집에 가? 버스 탈거야?"
"흐음. 버스탈까, 아니면 공용자전거 탈까. 고민 중이야."
"그래? 버스는 20분 뒤에 온대. 좀 많이 기다려야 해."
"너도 공용자전거 빅시 탈래?"
"난 가입 안했어."
"난 가입했는데, 추가할 수 있어. 같이 탈래?"
"와, 그렇다면야!"
"100달러 내면 겨울까지 무제한으로 탈 수 있어. 게다가 우리 회사 할인도 돼서, 80달러만 내면 돼."
"오, 진짜? 나 자전거 있지만 가입해놔도 좋겠다. 아무 데서나 탈 수 있으니까. 아무튼 고마워!"
"내가 제안한 거니까 고맙지."
크리스틴과 공용자전거 빅시를 타고 씽씽 달렸다. 내 자전거는 얄쌍한데 공용자전거는 묵직하고 튼튼한 느낌이다. 뭔가 일하느라 피곤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움직이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크리스틴 정말 잘 달린다! 크리스틴을 놓치지 않게 페달을 막 밟았더니, 금방 집에 도착했다.
"난 여기서 들어갈게. 자전거 정말 고마워. 너 정말 빠르더라!"
"그래? 미안, 빠른 줄 몰랐네."
"아니야, 그래도 스피닝을 해서 그런지 쫓아갈 수는 있었어!"
"그렇지? 자전거 돌려놓을 때는 아주 세게 넣어야 해. 부서질 것처럼 세게!"
쾅 소리를 낼 정도로 자전거를 밀어넣었다.
동료들의 친절과 도움을 많이 받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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