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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동료가 히잡을 쓰게 된 이유

by 밀리멜리 202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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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료 나시마와 점심을 먹었다. 나시마는 활발하고 일에 능숙해 배울 점이 많다.

나시마는 항상 히잡을 쓰고, 알제리 출신에 나보다 일찍 몬트리올에 정착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시마의 종교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술을 못 마셔. 한 잔만 먹어도 얼굴이 엄청 빨개지거든."
"아- 그렇구나, 나도 술 안 마셔. 안 마신지 벌써 몇 년 되었네."
"왜 안 마시는 거야?"
"종교 때문에. 술이 금지거든. 그래서 히잡도 쓰고 그러는 거야." 
"아, 그렇구나. 태어날 때부터 무슬림이었어?"
"아니, 그건 아냐."
"그래? 그럼 결혼하고 나서부터야?"
"아니, 결혼하기 전에 무슬림이 되었어. 음, 조금 긴 이야긴데. 우리 가족 모두 종교가 없었어. 그런데 내가 어렸을 때 한번 죽을 뻔 한 적이 있었거든. 그때 이후로 여러 생각을 하고, 영적인 것에도 관심을 갖다가 무슬림이 되었지."
"그랬어?"

 

 

"그때 알제리에 내전이 있었어. 그래서 화약이 담긴 트럭이 우리 동네로 왔고, 그 트럭이 터졌거든. 그래서 우리 집이 다 무너졌었어."
"뭐...?"
"맞아, 나 죽을 뻔 했다니까. 전쟁이었다고. 내전, 라 게르 씨빌(la guerre civile).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야."
"그래서 너희 집이 다 무너졌다고? 죽을 뻔 했고?"
"응. 믿어져?"
"아... 너무 생각지도 못해서 깜짝 놀랐어."
"그 이후로 무슬림이 되겠다고 했더니 아빠가 나랑 말을 안 하려고 하지 뭐야. 몇년이나 그랬어."
"그래??"

전쟁을 그대로 겪었다는 이야기에 정말 깜짝 놀랐다. 몬트리올에는 이민자들이 많으니 사연도 여러가지인데, 지금까지 들었던 이야기 중에서 제일 무시무시한 이야기였다. 그런 무서운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하다니!

왜 나시마의 아버지가 종교 때문에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는지도 궁금했는데, 이야기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다음에 더 물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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