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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저녁 9시 노을과 점심시간 잡담

by 밀리멜리 2023.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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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가 늦게 지고 있다. 저녁 9시가 되어야 빨갛게 해가 떨어지는 노을이 보인다. 

 

너무 예뻐서 한 장 찍었다.

 

저녁 9시 노을

 

요즘 블로그가 뜸해졌는데, 내가 너무 쓰잘데기없는 일상을 자주 올리나 싶어져서이다. 일 이야기가 많은데, 보안문제도 걱정되고... 최대한 시시콜콜한 잡담만 올리긴 하는데, 괜찮겠지?

그것도 그렇고, 내 노트북이 고장난 지 벌써 3주가 넘었다. 원래 가볍고 작은 노트북이어서 충격에 약한데, 케이스가 너덜너덜하던 걸 어떻게든 끌어땡겨서 쓰다가 결국 맛이 갔다. 나는 이걸 계기로 컴퓨터를 좀 줄여봐야지 생각했는데, 왠걸 핸드폰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노트북이 없으니 블로그도 띄엄띄엄 쓰고, 재택근무도 안하고 매일 출근하고 있다. 그런데 이사벨이 오늘 노트북 하나를 건냈다.

"자, 이거 네거야."
"엇, 좋네요?"

와, 사무실에도 데스크탑이랑 더블모니터가 있는데 노트북을 또 받았다. 사양도 꽤 좋고 비교적 새것이다. 재택근무 할 수 있겠네!

 

점심 조깅하는 길


요즘은 재택근무가 아니라 유연근무라는 말을 쓴다. 모두에게 노트북을 제공해주고, 일주일에 한두번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해 준다. 정해진 사무실이 없는 경우는 주변기기를 살 수 있도록 40만원정도를 지원해 준다. 복지 좋네!

아무튼 금요일에 자주 재택근무를 했었는데, 요즘은 그냥 나와서 프랑스, 쟝과 함께 30분동안 3킬로 달리기를 한다. 2분 뛰고 1분 걷는 식이어서, 힘들지 않고 적당히 운동이 잘 된다.

한바퀴 조깅하고, 점심을 먹고는 이런저런 잡담을 나눴다. 

"참, 다음주 월요일 공휴일인데, 무슨 계획 있어?"
"난 집 정리하고, 친구 만나서 레스토랑 가고 자전거 탈 거야."
"흐음.. 글쎄, 난 오타와를 가볼까 생각중이야. 아직 확실히는 안 정했어."
"그거 좋겠네. 나는 우리 애들 친구가 놀러온대서... 놀러오면 다들 지하 플레이룸에 콕 들어가서 안나오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몇 살인데?"
"열여덟. 얘는 벌써 방학이라서, 방학동안 알바라도 찾으라고 권하고 있어. 아마 곧 찾겠지, 내가 굳이 안 밀어붙여도 자기가 필요해서 아마 일할거야."
"퀘벡에서는 몇 살부터 일할 수 있어?"
"열넷, 열다섯부터 될 걸?"
"아, 내가 아는 카페에서 사람 구하고 있는데. 분위기도 좋고, 사람들도 괜찮아. 마지널하고."

마지널(marginal)이라는 소리에 나는 갸우뚱해졌다.

"마지널이 무슨 뜻이야?"
"음... 귀퉁이, 모서리에 있다는 뜻인데. 일반적인 거에서 벗어난 느낌? 특이하다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돼."
"아하... 그게 꼭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지?"
"오, 나한테는 전혀 아니야. 그치만 어떤 사람들은 좀 비하하는 말로 쓰기도 하지."
"아, 좀 특이한 사람들. 이제 이해했어."

점심시간에 아직도 못 알아듣는 이야기가 엄청 많지만, 그래도 하나씩 배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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