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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비서의 업무 - 레스토랑 예약하기

by 밀리멜리 2023.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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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로 일하면서 가끔 해야 하는 잡무 중의 하나는 레스토랑 예약이다. 하루종일 회의가 있는 날은 점심 먹을 곳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에 전화해야 하고, 회의장소와 거리 계산하고 그러다 보면 귀찮아질 때도 있지만... 

블로거로서 맛집 찾는 능력(?)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전화하면서 대화스킬도 늘린다고 생각하면 뭐 좋지.

처음은 회의장에서 가장 가까운 채식 레스토랑이다.

"안녕하세요, 다음주 목요일에 13명 예약 가능한가요?"
"13명은 너무 많은데요. 우리 테이블이 좁아서 13명이 앉기는 어렵겠네요."
"6명 7명 따로 앉으면 안 되나요?"
"주방이 작아서 그렇게 많은 사람의 음식을 한 번에 준비하기가 어렵네요. 미안합니다."


역시, 이런 건 한번만에 안 되는 걸까...

두 번째는 바로 맞은편의 햄버거 가게다.

"13명이요? 꽤 많네요. 다음 주는 그랑프리 기간이라서 손님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때는 자리가 안 나겠어요."

우와, 그랑프리 기간이었구나. 그러고 보니 엄청 북적북적할 것 같다.

 


"이사벨, 햄버거 가게는 단체예약 안 받는대요."
"여기는 될 줄 알았는데. 왜 안된대?"
"그랑프리 주간이라서 손님이 너무 많대요."
"으, 항상 뭔가 있단 말이지. 그 주변에 브런치 레스토랑도 괜찮은데, 한번 알아봐 줄래?"

 


이사벨이 말한 브런치 식당을 검색했다. 가깝고 럭셔리한 식당이다. 메뉴를 보니 한 끼에 35달러 정도 한다. 이번 식사... 회의비용으로 처리하는 건가? 그렇다면 여기서 먹고 싶은데. 개인돈으로 브런치 계란요리에 35달러를 쓰는 건 좀 그렇다. 다른 사람들은 세프라 괜찮겠지만...? 나는 좀 고민된다.

조금 더 저렴한 브런치 가게와 피자가게 하나를 추천해서 정리했다. 

 

"안녕하세요, 다음주 13명 예약되나요?"
"잠시만요, 영어가 더 편하세요?"
"아, 네. 맞아요."
"하하, 걱정마세요. 며칠이라고요?"
"다음 주 목요일 12시요."
"아하... 괜찮을 것 같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어, 잠시만요. 바로 예약할 건 아니고 확인하고 다시 전화드릴게요."
"그러세요!"

 

 

피자가게에서는 내 프랑스어 발음을 듣더니 역시 엉망이었는지(?) 바로 영어로 말했다. 원래 프랑스어보다 영어가 더 편하긴 한데... 계속 프랑스어로 말하다 보니 영어가 어색해진다. 한국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고 프랑스어도 잘하고 싶다...

 

속으로 '목요일이 영어로 뭐였지? 아, Thursday...' 하며 다음 할 말을 생각했다. 역시 영어를 안 써서 말문이 자꾸 막힌다. 아니... 프랑스어도 이런데 왜 영어까지 같이 서툴어지냐고 ㅠㅠ

 

과연 어디에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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