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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안전지대를 벗어나 볼까?

by 밀리멜리 202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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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점심시간, 쟝과 프랑스와 함께 30분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프랑스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오늘은 좀 다른 코스로 가볼 거야. 공원을 달리는 게 아니라 쭉 달려서 몽루아얄까지 가보자!"

몬트리올에는 몽루아얄이라는 산이 있는데, 그 이름을 딴 거리도 있고, 같은 이름의 지하철역도 있다. 난 갑자기 달리기를 하다가 산을 가자길래 깜짝 놀랐다.

"뭐? 몽루아얄 산까지 간다고?"
"아니, 몽루아얄 거리."
"아하, 좋아. 재밌겠다. 나는 갑자기 산에 올라간다는 줄 알았네!"
"아아. 산에 올라가는 건 못하지. 나 무릎도 아픈데 요즘 허리까지 아파. 좀 살살 달리자. 그래도 좀 안전지대를 벗어나고 싶어. 이제 달리자!"

 

안전지대를 벗어난다는 말이 한국어로는 잘 안 와닿는다. 안전지대는 영어로 컴포트존 (comfort zone), 프랑스어로 존드꽁포(zone de confort)라고 하는데, 자신이 익숙한 생활 패턴이나 장소에서 벗어나는 걸 말한다.

 

"달리면서 수다 떠니까 좋다. 혼자 뛰면 너무 지루하잖아."
"6월에 회사에서 단체 달리기 한다던데! 여기 공원에서."
"아, 맞아. 여기서 달리기도 하고, 음식도 나눠주고, 컨퍼런스도 한다더라. 푸드트럭도 오고..."
"미스터 프리즈를 나눠준다는데 그게 뭐야?"
"불량식품 같은 건데, 건강활동이라면서 그걸 나눠주는 게 이해가 안 가긴 해 ㅋㅋㅋ"

 

 

미스터 프리즈

인터넷 사진을 보니 정말 불량식품처럼 생겼는데...

 

푸드트럭이 오면 구경하고 먹겠지만 이건 안 먹을 것 같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쟝이 물었다.

"여기서 자를까?"

'자른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쭉 달리다가 옆으로 방향을 트는 걸 프랑스어로 '자른다(꾸뻬)'라고 표현하는 거였다. 아직도 모르는 말이 정말 많은데, 눈치로 배운다.

나는 그 말을 못 알아듣고, 프랑스는 주춤주춤하다가 그냥 원래 코스로 뛰어버렸다. 결국 오늘 안전지대(?)는 벗어나지 못했지만, 아무튼 모로 가도 서울이면 되지, 30분 달리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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