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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파워포인트를 예쁘게 만들어서 칭찬받았다

by 밀리멜리 2023.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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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파워포인트를 예쁘게 만들어서 칭찬을 받았다. 캔바라는 웹사이트를 이용했는데, 한국의 미리캔버스와 비슷한 사이트다. 여러 가지 템플릿이 있어서 선택만 하고 내용을 고치면 된다.

 

파워포인트 도움받은 웹사이트: https://www.canva.com/

파워포인트


"파워포인트 참 맘에 든다. 비쥬얼이 정말 좋아. 대단한데?"
"고마워요. 에이, 웹사이트에 모델이 있어서 그걸 보고 만들었는데요, 뭐."
"그래도 네가 골라서 만든 거잖아. 그게 감각이 있다는 거지. 언제든 자기가 하는 일을 비하하지 않는 게 좋아."
"아, 정말 그러네요."
"너는 좀 그런 경향이 있어. 잘 했으면서도 모르겠다고 하고... 저번에 회의록도 정말 잘 썼던데 메일에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넌 네가 프랑스어 잘 이해 못 한다고 하지만, 사실 프랑스어가 모국어인 사람보다 네가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아!" 
"그래요? 정말 이해가 안 되니 자꾸 듣고 또 들어서 그럴지도 몰라요."

이사벨의 말을 듣고 뭔가 으쓱해졌다. 상사의 칭찬은 언제나 기분 좋은 법이다.

 


몬트리올에서 비서 공무원으로 일한 지 1년 6개월이 되었다. 언어로 인한 부담감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물론 처음엔 무섭고 두렵고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언어가 통하든 안 통하든 어떻게든 일은 끝나고 또 시작한다. 

이제 여름의 시작이고 바캉스 기간이라 좀 널널해지나 싶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이곳에서 일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일 년 중 약 4주 휴가를 낼 수 있는데, 나는 3월에 한국에 이미 다녀오기도 했고,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딱히 계획이 없다.

그런 와중에 이사벨이 3주 휴가를 냈는데, 그 휴가를 취소했다고 한다.

"그 편지 읽어봤지? 쉐프 중 한 명이 그만두는 거."
"아, 봤어요."
"정말 중요한 시기인데... 어쩔 수 없어서 내가 휴가를 취소하고 그만둔 쉐프 일을 커버하려고. 그러니 휴가 기간은 없는 걸로 해. 휴, 정말 그것 때문에 빡쳤어 :)"

웬만한 일로는 화를 내지 않는 이사벨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나 빡쳤어😊'라고 말한다. 엄청난 자제력이다. 3주 휴가가 취소되게 생겼는데, 웃으면서 화났다고 말할 수 있다니.

그러나 이사벨이 말한 '이 상황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라는 말을 가만히 생각해 보게 된다. 정말 정신없이 일하는 게 내가 선택한 일이 아닐까? 그렇든 아니든,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에 일이 너무 편하고 좋다면, 나는 아마도 여기서 평생 눌러앉을 생각을 하며 다른 일을 알아보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일이 좀 없을 때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일이 바쁜 건 그런대로 견디겠지만, 잔걱정이 많아서 그게 스트레스다. 아... 모르겠다. 편하고 쉬운 것도 다 사람마다 느끼기 나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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