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나시마가 달달한 케익을 들고 왔다.
"짠! 케익 중에 하나 골라 봐."
"우와, 고마워. 이거 진짜 예쁘다!"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핑크 케익을 골랐다.
"무슨 일이야? 네가 이거 만든 거야?"
"아니, 내가 만든 건 아냐. 난 그런 재능은 없어. 이거 무슬림 축일 기념하는 거라서, 가족끼리 먹고 또 나눠 주려고 가져왔지."
"아하... 진짜 예쁘다. 고마워. 이름이 뭐야?"
"아클라카비@#$@%"
"어? 뭐라고?"
"@"#$^%@"
나시마가 아랍어를 하는 건 가끔 들은 적 있지만 역시 알아듣기 어렵다. 저 목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가래뱉는 느낌의) 크 소리에 정신을 놓은 듯ㅋㅋㅋ 이 케익 이름이 아무튼 그건가 보다.
한 입 먹어보니 엄청, 엄청 달다. 아마 금식기간이 끝나면 이렇게 엄청 달달한 걸 먹는 모양이다. 나시마는 요며칠 금식한다고 점심도 안 먹고 간식이나 커피, 물도 안마셨는데, 금식이 드디어 끝난 것 같다.
"금식하면 몸에 엄청 좋아! 디톡스 되는 기분이야."
나도 건강에 좋다는 말은 들었는데, 막상 금식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어제도 쿰바에게 인사하러 갔는데, 쿰바도 무슬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안녕, 쿰바! 오늘 어때?"
"좋지. 너도 건강해?"
"그럼, 그럼. 이제 바캉스 기간 다가오는데 너는 언제 갈 거야?"
"아마 7월 말쯤. 그런데, 나 종교 때문에 오늘은 말 많이 하면 안 돼. 그치만 네가 친절하니까 말해주는 거야."
"아, 그렇구나! 무슬림이야?"
(끄덕끄덕)
"그래, 그렇구나. 알겠어. 그럼 이만 가볼게, 힘내!"
"고마워!"
몬트리올에 북부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많다보니, 무슬림을 꽤 보게 된다. 새롭게 배우는 게 많구나.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있다니! 불교의 묵언수행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조금 다르다. 여러 문화의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존중해야 할 규칙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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