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스피닝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코치가 휴가일 때마다 와서 스피닝 수업을 진행해 주던 무슈가 6월 중순부터 달리기 클럽을 시작했다.
프랑스가 제일 먼저 달리기 클럽을 알려주었는데, 다들 등록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동료들은 첫 수업만 나오고 두번째 달리기 클럽은 아무도 안 간단다. 나도 안 갈까 하다가... 이왕 등록한 마당에 그냥 새로운 사람들하고도 달려보자 싶어서 수업에 참석하고 있다.
운동이 습관이 되니 참 좋다. 운동하러 가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귀찮고 피곤하지만, 습관이 되니 그 귀찮음을 좀 더 잘 견딜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무튼 건강이 중요하니까 운동은 미룰 수 없지.
최근 읽은 자기계발서에서도 꾸준히 운동하라고 하고. 특히나 여행지 호텔에서 헬스장에 가는 사람들이 멋져 보인다. 나는 아직 그것까지는 안해봤지만, 그래도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첫 달리기 수업은 슬슬 조깅하듯 이곳저곳을 달리는 거였고, 두번째 수업은 스피드 테스트라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스피드 테스트를 삡 테스트라고 한다. 삡! 소리가 나서 그런가 본데, 처음엔 못 알아들었다.
달리기 클럽에 가려고 사무실을 나서며 쟝을 만났다.
"쟝! 오늘 달리기 클럽 안 가요?"
"아, 오늘은 점심에 바로 회의가 있어서. 오늘 삡 테스트라는데, 좀 힘들 수도 있어.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너무 힘쓰지 마."
"그래요? 그럴게요. 갔다와서 봐요!"
삡 테스트가 뭐지... 하고 달리기 수업에 참여했는데, 알고 보니 퀘벡에서는 중학교 때 이 테스트를 하는 모양이다.
삡 테스트는 단거리 코스를 표시해 두고, 삡 소리에 맞추어 왔다갔다 달리는 테스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삡 소리 간격이 짧아지고 쉬는 시간이 없어지니 더 힘들어진다.
이 테스트는 폐활량과 민첩성을 측정해 주지만 특히 힘들어서, 영어로는 수어사이드 러닝이라고 부른다. 이제서야 쟝이 '아무것도 아닌 것에 너무 힘쓰지 말라'라고 한 게 이해가 간다. 한국인이라 그런지 테스트, 경쟁 이런 게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는데, 퀘벡사람들은 아무래도 그런 게 없다. 할 수 있으면 하고, 아니면 말고. 너무 힘들면 나중에 하고... 경쟁도 좋지만 이런 여유로움을 배우고 싶다.
나는 5번째 라운드까지 가서 꽤 오래 버틴 셈인데, 지난 1년간 런데이 앱을 써서 달리기를 한 보람이 있다. 혼자 달릴 때는 쉬엄쉬엄 천천히 달렸는데, 삡 소리에 맞춰서 뛰다 보니 정말 힘들었다. 이렇게 달려 본 건 정말 중학교 때 이후 처음인 것 같다.
테스트를 다 하고 나니 더워서 얼굴이 새빨개졌다. 어떤 남자는 끝까지 무리해서 뛰었는지, 끝나고 땅바닥에 드러누워 숨을 몰아쉬었다. 나중에서야 쟝이 농담을 하며 웃는다.
"소영! 삡 테스트 어땠어?"
"아, 진짜 힘들었어요. 다음에도 또 한다는데요? 이번하고 결과 비교하러."
"그렇지. 그때 되면 또 알려줘. 우리는 그때 또 빠질 거니까. 하하하하!"
'몬트리올 생활 > 공무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교 때문에 오늘은 말 많이 하면 안 돼 (6) | 2023.06.30 |
---|---|
업무 실수와 나도 모르게 먹어버린 초콜릿 (1) | 2023.06.27 |
한 해를 마무리하는 6월 (6) | 2023.06.17 |
동료들과 푸틴 먹기 - 아직도 일상대화가 어렵다 (4) | 2023.06.10 |
비서의 업무 - 레스토랑 예약하기 (8) | 2023.06.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