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업무 실수와 나도 모르게 먹어버린 초콜릿

by 밀리멜리 2023. 6. 27.

반응형

금요일이 퀘벡 국경일로 쉬는 날이라 3일 연속 푹 쉬었다. 롱위크엔드인데도 밖에 나가지 않고 쉬었다. 

사실 일요일엔 식물원에 가려고 했었는데, 일어나자마자 창밖이 하얀 걸 보고 놀랐다.

"어, 무슨 안개가 이렇게 많이 꼈대?"
"그거 안개가 아니라 스모그야."
"뭐! 이게 다 스모그라고? 너무 심한데?"
"북쪽에서 산불 난 것 때문에 또 스모그가 생겼어."

 


핸드폰을 켜서 날씨 알림을 봤다. 스모그 경보가 내일까지 발령되었다고 한다. 미세먼지 수치가 아침엔 230이었는데, 점심때가 되자 325까지 올랐다.

"아무래도 식물원은 못 나가겠네. 밖 공기가 매캐해."
"이게 다 산불 때문이란 거지? 엄청 심하긴 심하구나."

 

일요일 식물원에서 드래곤보트 무형문화제 전시가 열린다고 해서 자전거타고 가기로 했는데. 자전거는 커녕 창문도 열기 힘들 정도다.

스모그경보는 월요일까지 계속되었다. 새벽에 비가 좀 와서 그런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산불이 엄청 크다는 게 이제서야 실감이 된다.

월요일 아침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쿰바가 찾아왔다. 이전에 쿰바의 생일을 축하해 줬는데, 그게 고마워서인지 나에게 초콜릿을 주었다.

 


날 생각해서 초콜릿을 주다니 정말 고맙다. 쿰바는 설탕도 중독성이 있다고 초콜릿도 잘 먹지 않는다. 나도 초콜릿은 아껴놓고 다른 사람이랑 나누어 먹어야지 하고 보관해 두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아침에만 6~7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다 보니 하나 실수가 났다. 11시 반에 시작해야 할 회의를 11시에 초대해버린 것이다.

이사벨이 나한테 문자를 보내 시간을 고치라고 했는데, 그 문자도 못 보고 계속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서야 알아차리고 마지막 순간에야 고쳤는데, 이런 실수는 있어서 좋을 게 없다.

아무튼 실수에 움찔한 나는 나도 모르게 서랍에 넣어놨던 초콜릿을 꺼내 먹어 버렸다. 

그러니까 이게 문제다. 실수야 할 수 있는 거지만, 그 순간에 바짝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실수가 해결된 이후에도 가끔씩 그 순간을 회상하며 걱정하거나 불안해한다. 끝나면 그걸로 끝인데.

초콜릿을 두 조각 먹었는데, 하나도 맛있지가 않다. 먹고 나서야 아, 내가 스트레스 때문에 초콜릿을 먹었구나 하는 걸 알아차렸다. 나도 모르게 내가 본능적으로 이렇게 행동했다는 게 좀 놀랍다.

월요일이라 그런 거겠지? 

 

그래도 오늘 아침 배운 점이 있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내가 이렇게 쓸데없이 불안해하는 면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라면 초콜릿 먹은 것도 아무 생각이 없었을 텐데... 아무튼 초콜릿을 먹어버린 이유와, 생각없이 먹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건 잘한 것 같다. 명상이 도움이 되긴 된다.

 

오늘도 마음 다잡고 다시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