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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만 나이? 한 살 젊어지는 거 기념하자, 언니!

by 밀리멜리 2023.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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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30분짜리 회의가 있는 날이다.

"5월부터 10월까지 아무도 생일인 사람이 없네. 회식 나간지도 오래 되었는데 뭐 기념할 만한 거 없을까?"
"아, 소영이가 한 살 젊어진 걸 기념하는 건 어때?"
"그거 좋다!"

내가 한 살 젊어진 걸 기념하자니, 나는 막 웃어버렸다. 마리와 프랑스는 회식하기 좋은 건수를 잡았다는 듯 날짜를 잡자고 한다.

"아니 참 신기해. 그걸 어떻게 안 거야?"
"신문에 기사가 크게 났거든. 한국 사람들 한 살씩 젊어진다고. 그래서 너 생각했지."
"그랬구나."

한 살 젊어졌다는 건, 한국에서 6월 28일부터 공식적으로 만 나이가 적용되는 걸 말한다. 난 말 꺼낸 적도 없는데, 다들 아는 게 신기하다.

"나도 들었어. 12월 31일에 태어난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고, 1월 1일이 지나면 2살이 된다며? 갓 태어난 아기가 두 살이라니 너무 재밌어서 기억하고 있었지."
"아, 맞아. 그런 경우도 있겠다. 그것 때문에 너무 복잡해서 이번에 아예 바꾸는 걸 거야. 한국에선 근데 나이가 참 중요하거든. 예를 들어, 대화하기 전에 상대방의 나이를 알아야 해. 그래야 존대를 할지 반말을 할지 알 수 있거든."
"그럼 처음 만나자마자 상대의 나이를 묻는다고? 오! 말도 안돼...여기선 그거 너무 무례한 건데! 너도 혹시 그런 적 있어?"

 

처음 만난 사이에 나이 묻는 건 무례해!


"나도 여기서는 나이 묻는 게 실례라고 알고 있어서 그런 적은 없어. 한국에서는 왜 그게 필요하냐면 음... 예를 들어 프랑스는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그냥 프랑스라고 부르면 안 돼. 프랑스 언니라고 불러야지. 프랑스 언니, 마리 언니, 이사벨 언니. 이렇게. 아하하, 이상하다."
"언니? 신기하다."

"나이가 중요해서, 한 살이라도 많으면 꼭 언니라고 불러야 해. 나는 나보다 한 살 많은 친구들이 많았는데... 꼭 나보고 '어, 너 나한테 언니라고 불러야지.' 이런단 말야?"
"정말?"
"그래도 친구사이니까 그렇게 심한 건 아니고, 장난식으로 말하는 건데. 아무튼 중요하긴 해. 물론 직장에선 직책을 부르거나 대부분 존대해서 그럴 일이 없지만... 친구사이나 그냥 만날 때는 꼭 나이를 알아야 해. 그리고 프랑스가 여자니까 언니라고 부르는 거고, 만약에 남자였으면 오빠라고 불러야 해."
"오빠, 이렇게?"
"응! 발음 좋다. 그 말 강남스타일 노래에도 나와. 오빠 강남스타일~"
"와, 재밌어!"

다들 한국의 나이랑 호칭을 재미있어한다. 그 반응이 재밌어서 나도 막 신나게 이야기했다.

 

나는 이런 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한번도 재밌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데, 퀘벡 사람들이 언니라고 말하는 걸 들으니 정말 낯설다. 게다가 언니, 오빠라는 발음이 쉬워서인지 진짜 자연스럽기도 하고.

익숙한 게 새롭게 느껴지니 그것도 재밌다.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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