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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한여름의 유쾌한 개그축제

by 밀리멜리 2023.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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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축제가 열려서 구경을 나섰다.

 

축제의 가장 꽃은 밤에 시작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쇼인데, 낮에도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다. 축제장 안에 사람들이 몰려 있고 뭔가 시끌시끌하길래 뭔가 하나 싶어서 구경했다.

 

 

"자, 우리 개그가 재밌으셨죠? 아시다시피 우리 개그가 대놓고 인종차별적입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분들 좀 세워놓을 텐데요. 흠, 당신 흑인은 고생 많았으니까 빼 줄게."

 

아깝게도 내가 보기 시작한 때는 이미 개그가 막바지였던 모양이다.

 

"박수 치세요~ 박수! 박수 안 치는 사람은 취했거나 아니면 인종 차별주의자야!"

 

하하하 하고 웃음이 터진다.

 

 

 

"그리고 이제 우리 도네이션을 좀 받아도 되겠죠?"

 

하더니 큰 시장가방을 들고 공연료를 받기 시작한다. 그런데 동전이 아니라 10달러, 20달러 등 지폐가 나온다.

 

"쇼 멈춰, 멈춰! 여기 이 분이 20달러를 주셨어요. 어디서 오셨죠?"

"인도."

"와우, 인도! 인도에서 오신 분 손 들어봐요!"

 

꽤 여러 사람이 손을 든다.

 

"당신들 참 대단해~!"

 

"여기 이 분은 모스크바에서 왔는데 10달러 주셨어!"

"알제리, 알제리에서 20달러!"

"알제리에서 10달러 더!"

 

이 팀은 지폐를 엄청나게 받았다. 특히나 중동, 북아프리카 나라들이 인심이 좋다. 지폐를 척척 내는 걸 보니... 애국심으로 돈 버는 이 팀 대단한데?

 

 

그러더니 관객 중에서 남자 네 명을 일렬로 세우더니 허리를 숙이게 한다.

 

관객들이 엉거주춤 자세를 잡자 쇼 팀원이 장난스럽게 엉덩이를 때리고, 사람들이 와하하하 하고 웃는다.

 

"비켜요, 비켜!!"

 

하고 어떤 사람이 뒤로 달려나간다.

 

 

오오... 달려와서 이 사람들을 뛰어넘으려나 본데? 

 

 

우와!

 

저 멀리서 달려오는데 속도가 정말 빠르다.

 

게다가

 

뒤로 뛰었다!!!

 

 

공중에서 훌쩍 회전하더니 가볍게 착지한다.

 

와...

 

저렇게 쉽게 뛸 수 있는 거야?

 

 

착지 후 폴짝 뛰어올라서 어떤 할아버지에게 안기는 공연팀 ㅋㅋㅋㅋ

 

진짜 웃겼다.

 

안겨서 뭐라 조잘조잘대는데 사람들이 다 웃고 난리가 난다.

 

 

개그 축제 사람들도 많고 유쾌하구나~

 

나는 몬트리올이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모인 나라이고, 그걸로도 개그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확실히 다양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이런 말을 보았다.

 

자연의 힘은 다양성 속에 있다. 자연 속에는 선한 자, 악한 자, 미치광이, 절망에 빠진 자, 팔팔한 자, 병사, 곱사등, 구순열, 쾌활한 자, 슬픔에 빠진 자, 영리한 자, 어리석은 자, 이기주의자, 도량이 넓은 자, 큰 것, 작은 것, 까만 것, 노란 것, 빨간 것, 흰 것 등등이 다 있어야 한다. 갖가지 종교, 갖가지 철학, 갖가지 광신, 갖가지 지혜를 가진 자들이 다 있어야 한다. 이것저것 다 모여 있는 것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그 다양한 것들 중에서 어느 한 종류가 다른 종류 때문에 소멸당하는 것이 진짜 위험한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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