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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기분이 안 좋을 땐 맛있는 게 최고

by 밀리멜리 2023.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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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어제 일이 너무 많아서 울었다. 그거 때문에 울다니 좀 바보 같지만. 알고 보니 생리할 때가 되어서 그러려니 했다.아무튼 사무실에서 너무 앉아 있기만 했더니 갑갑해서 퇴근길은 그냥 걸었다.

걷는데 막 눈물이 났다. 그러나 울고만 있을 수 없어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지르기로 했다.

"찬아, 우리 맛있는 거 먹자. 카이버 패스 어때? 그거 보고 불꽃놀이라도 보러 가자."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울었어?"
"어. 일이 너무 많아서... 아무튼 갈 거지?"
"그래, 가자."

2시간짜리 코스요리를 즐겼다. 찬이가 예전부터 오고 싶어하던 곳이었는데, 가기 싫다고 핑계대다가 괜히 내가 힘드니 가자고 해서 어쩐지 미안해진다. 

 


"그래서, 그렇게 힘든 거 상사한테 말해보면 안돼?"
"뭐라고 말하지? 아, 나는 참... 거절도 못하겠고. 내가 뭘 원하는지 알아야 말을 하지."
"어떻게 해야 해결하겠어, 너 힘든 거?"
"잘 모르겠어. 회사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좋은데... 나도 내 스스로 괴롭게 만드는 거 알거든? 아마 그 때문일 거야. 요즘은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라는 책을 읽고 있어."
"야, 너한테 딱이다. 잘 읽어 봐."

일단 일은 제쳐두고 배부르게 먹었다. 

 

에피타이저와 앙트레를 너무 잘 먹어서 본식이 나올 때 너무 배불러서 손을 못 댔다!

 


이상하게도 밥은 못 먹겠는데, 디저트에는 손이 간다. 맛있는 로즈워터 푸딩...! 잘 먹고 나니 기분이 풀리고 그제야 머리가 돌아갔다. 일이 많아서 힘든 게 아니라, 내가 내 자신에게 휴식을 주지 않아서 힘든 거였다.

쿰바가 말했다. "나 예전에 일할 땐 오전에 15분 휴식, 오후에 15분 휴식 있는데, 여기도 그래?"
"아... 그것 참, 휴식이 있었지. 그러고 보니 지켜본 적이 없네."
"나는 주변을 좀 걷거나 아니면 책을 읽거나 해."
"참, 그래야겠어."

라고 말해놓고, 휴식이고 뭐고 계속 일을 했다. 아무래도 일을 빨리 끝내놓고 쉬려는 생각이었는데... 너무 잘하고 싶은 생각이 강한 것 같다.

일을 빨리 끝내려는 마음,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지금까지 나를 괴롭힌 것 같다.

 

진짜 성급해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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