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상사, 대빵상사인 나탈리가 은퇴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인 만큼 조금 어렵기도 한데, 너무 당연하게 반말을 쓰라며 친절하게 대해준다.
나탈리는 며칠 전부터 3일전, 2일전, 하루전 하고 은퇴일을 손꼽아 세고 있었다. 그러다 2일 전, 예쁜 카드를 하나 전해주었다. 카드에는 나보고 마음이 예쁘고 친절하다며, 매일 아침 봉주하고 웃으며 인사를 해줘서 잊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안그래도 나탈리를 위한 은퇴파티를 계획하고 있는 중인데, 이런 카드를 받으니 마음이 뭉클하다. (파티 비용 계산하다가 팁과 세금을 까먹는 실수를 하긴 했지만...)
나도 사놓은 카드가 있어서 답장을 쓰고 건네주었다.
"이거, 카드예요."
"정말 친절하네, 고마워. 지금 정리할 게 많아서 나중에 읽을게. 참, 이거 가질래? 너 차 좋아하니까 티백이랑, 이거랑..."
하며 나탈리는 차 티백과 하트모양으로 된 카드 몇 개, 문구용 집게 등등을 주었다.
"고마워요. 사무실이 텅 비었네요! 기분이 어때요?"
"아, 사실 지금은 정신이 없어. 난 매년 이때 바캉스를 갔는데, 바캉스를 안 가고 남은 일을 처리하려니까 바쁘네. 그치만 거의 끝났어. 지금까지 날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널 알게 되서 정말 기쁘다."
"제 일인데요 뭐. 저야말로 함께 일하게 되어서 기뻐요. 저는 이런 걸 잘 못봤거든요, 그러니까... 여자가 이렇게 높은 자리에서 일하는 거요."
"그래? 너희 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은가 봐?"
"아무래도 고위직으로 가는 건 많이 어렵죠."
나탈리는 씩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잘 왔어, 여기는 뭐든지 가능해."
그 말에 나도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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