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 캐릭터의 원작 만화, 찰스 슐츠의 피너츠 (Peanuts) 몇 편을 소개한다.
스누피: 정말 대단한 정신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군...
스누피: 하나 신경쓰이는 게 있긴 한데...
스누피: 구조대는 누가 구해주지?
눈내린 마당에서, 우드스톡이 눈삽을 들고 땅을 파고 있다. 이 귀여운 노란 새, 우드스톡이 하는 일은 대부분 종잡을 수가 없다. 우드스톡이 열심히 뭔가 말하긴 하는데 독자들은 알아들을 수가 없고 스누피만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아마도 스누피는 우드스톡이 열심히 땅을 파는 것을 보고 눈속에 갇힌 누군가를 구해주려고 하는 걸 알았나 보다. 하지만 우드스톡이 하는 일이 대개 그렇듯이 허술하고, 결국에 뒤치닥거리를 해야 하는 건 스누피다. 그런데 정말, 응급 구조대원들이 위험에 처하면 누가 구해주나?
찰리: 네, 알겠어요.
찰리: 스누피의 스카우트 친구 하나가 구치소에 간 모양이야... 꺼내주러 가야겠어...
샐리: 그 멍청한 개는 사고만 치고 쓸데가 없어!
찰리: 우리 모두가 그래.
샐리: 사돈 남말하시네!
전형적인 찰리와 샐리 브라운 형제의 대화이다. 찰리는 주인 취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스누피를 위해 이리저리 동분서주하고, 샐리는 항상 스누피를 보고 멍청한 개라고 한심해한다. 그 말을 들은 오빠 찰리는 우리 모두가 사고뭉치이고 쓸데없다는 인간 허무주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 말을 들은 샐리의 일침, SPEAK FOR YOURSELF (사돈남말하시네)! 개나 주인이나, 샐리 입장에서는 둘 다 한심하다. ㅋㅋㅋㅋ
라이너스: 장학생 명단에 못들어서 모두가 화를 내...
라이너스: 엄마도 화내고, 아빠도 화내고, 선생님도 화내고, 교장선생님도 화내고... 세상에!
라이너스: 어쩜 그렇게 똑같은 말만 할까? 내 잠재력이 엄청나다고 다들 실망했대...
라이너스: 잠재력이 엄청난 것보다 더 부담스러운 일은 없을거야!
전혀 공감 못하는 찰리 브라운ㅋㅋㅋㅋ 라이너스는 약간은 애정결핍이라 담요를 항상 들고 다니는데, 이 에피소드를 보면 부모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어 부담스러운 듯 하다. 공부 압박을 크게 받는 한국의 아이들에게도 공감이 될 듯 하다.
토닥토닥토닥
으으으음!!!
루시: 행복이란 건 따뜻한 강아지 한 마리야...
가끔은 우울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따뜻한 에피소드도 많다. 어렸을 때부터 스누피를 정말 많이 좋아해서 스누피를 볼 때마다 센티멘탈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 자신을 스누피 찐덕후라고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캐릭터에 애착이 참 많다. 찰스 슐츠의 사후에도 인터네셔널 해럴드 트리뷴에 옛 만화가 연재되었다.
그때 영어공부 한답시고, 영자 신문을 구독해놓고 기사는 하나도 안 읽고 만화만 보고 단어맞추기만 한 적이 있다. 그래도 이 만화 덕에 배운 'Good grief(세상에)!'라는 표현이나, 'good riddance(없어져서 속 시원하다)!'라는 옛날 말투 표현들을 잊기가 힘들다. 내 스스로가 당시 우울하기도 했기 때문에 하루에 한 편 읽는 스누피 만화 한 편이 큰 위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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