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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주말 브런치와 도서관 옆 도시텃밭

by 밀리멜리 2023.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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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면 항상 주말에 뭐 할지 이야기한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연구팀 쪽들은 다들 재택근무를 하느라 조용하다. 나도 원래 금요일은 재택근무를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것저것 사무실에서 봐야 할 게 있어서 출근했다. 사무실 복도에 나와 이사벨만 출근했다.

 

"금요일인데 바쁘네요. 이사벨, 주말에는 좀 쉴 수 있겠어요?"

"오, 아니야. 주말에도 일 해야해."

"으... 언제쯤 괜찮아질까요?"

"아마 노엘(크리스마스)쯤?  그땐 쉴 수 있겠지. 그래도 좀 나갈 거야. 넌 주말에 뭐 할거니?"

"글쎄요... 별로 계획한 건 없는데. 아마 브런치 먹고 동네 돌아다니지 않을까 싶어요."

"난 뱅크시 보러 가기로 했어. 뱅크시 알아?"

"그 벽화 그리는 화가요? 경매장에서 팔리자마자 자동으로 분쇄되는 작품 있었죠?"

"응, 엄청 비밀스럽기로 유명하잖아. 몇 달 전에 뱅크시 전시회 티켓을 샀는데, 언제 하는지, 어디서 하는지 계속 비밀이었다가 오늘에서야 밝혀졌어. 화요일에 몬트리올 근처에서 전시회 열린대!"

"와, 그게 계속 비밀이었다고요? 뱅크시가 직접 온대요?"

"그것도 슈퍼 비밀이야. 혹시 알아? 관객들 속에 섞여 있어서 깜짝 이벤트할지."

"와, 재밌겠어요."

"너도 브런치 맛있게 먹어!"

 

나는 얼마 전부터 브런치를 먹으러 가기로 해서, 주말이 정말 기다려졌다. 몬트리올에서 회식 겸 해서 몇몇 브런치 식당에 가 봤는데, 다들 나름의 특색이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런치 식당은 르 뷔유 생 로랑 (Le Vieux St-Laurent)이라는 식당이다. 

 

브런치 메뉴

몬트리올의 브런치 식당답게, 메이플 시럽이 테이블마다 놓여 있다.

 

공짜로 계속 채워주는 커피에다 메이플 시럽을 좀 섞어서 메이플라떼를 만들어 먹는 게 별미다.

 

 

이 식당은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가끔 옆 테이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

 

옆 테이블에는 어떤 게이 커플이 앉았는데... 한 마디밖에 못 들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난 여행 가니까, 너는 이제 너 하고 싶은대로 해. 아무나 만나도 괜찮아."

"...."

 

이 커플이 헤어지면서 마지막 식사를 여기서 하는 모양이다. 헤어지면서 하는 마지막 인사가 '아무나 만나도 좋다'라니, 너무 차갑잖아? 떠날 때 보니 이 커플은 식사를 많이 남겼다.

 

속도를 줄이세요! 표지판

 

배도 채웠겠다, 좀 더 걷고 나서 자전거를 타다가 이런 표지판을 발견했다.

 

학교 근처라 속도를 줄이라는 표지판이다.

 

 

깜짝이야! 진짜 어린애가 있는 줄...

 

자전거 탈 때 조심해야겠다- 하고 생각하는 와중에, 찬이의 자전거가 펑크가 났다.

 

"잠깐만, 멈춰 봐! 내 자전거 바퀴 바람이 나갔어."

"응? 왜 그렇지? 어제 자전거 바퀴 바람 빵빵하게 채웠으니까 빠질 일 없을 텐데?"

"아, 그게 문제야. 어제 너무 빵빵하게 채워서 여기 지나가다가 터진 것 같아. 어떡하지?"

"앗 저런!! 진짜 푹 꺼졌네. 어쩔 수 없지, 여기부터 자전거 끌고 가야지. 월요일에 고치고."

"그래야겠네... 아아아, 네 자전거는 멀쩡하지?"

"응, 내껀 괜찮아. 앞에 신나는 내리막길이 있는데 못 타서 어떡하냐."

"내리막 타는 사람들 부럽다..."

"나도 미안하지만 이 내리막은 타야겠어.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을게!"

"그래."

 

찬이는 못 타서 정말 미안하지만, 이 앞에 정말 신나는 내리막길이 있다. 이걸 놓칠 수는 없어서 슝 타고 정말 1분만에 내려왔는데,  찬이는 터벅터벅 자전거를 끌고 내려와야 했다. 난 찬이를 기다리는 동안 도서관 옆에 식물들이 잔뜩 심어져 있길래 구경했다.

 

 

이번에 여기서 농작물을 100kg 수확했다는 표지판이다. 

 

자세히 보니,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체험을 하는 프로젝트다. 근데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단체 이름이 회사에서 협력했던 단체다.

 

아는 이름이 나와서 반갑네!

 

이럴 땐 몬트리올에 많이 익숙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한두개 씩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샐러드잎 채소류들은 이파리가 조금 끊겨 있다.

 

나도 비트잎을 하나 떼올까 하다가 그냥 구경만 했다.

 

 

우앗, 이 신기하게 생긴 식물은 뭐지?

 

진짜 처음 본다.

 

 

뾰족뾰족 생긴 것도 신기한데, 이 꽃에만 잔뜩 벌들이 몰려 있다.

 

엄청 달콤한 꿀이 있는 모양이다.

 

생전 처음 보는 식물이 많다 싶었는데, 역시나 아프리카 식물들을 심은 곳이었다.

 

이름도 누눔, 보코보코, 사자귀 민트... 

 

아프리카 식물이라니까 신기해서 계속 구경했다.

 

 

이게 뭘까? 민트인가?

 

 

잘 자라네!

 

 

덩굴 줄기.

 

열매가 막 열리고 있다.

 

 

꽃이 지고 조금씩 열매가 생긴다.

 

정말 가을이 오는구나.

 

 

토마토 색깔 예쁘다!

 

 

색깔 정말 예뻐.

 

 

이것도 뭔지 모를 식물이다.

 

 

아무튼 다 먹을 수 있는 거겠지.

 

 

아시아 식물 세션인데 한국 작물이 하나도 없는 게 아쉽네...

 

 

블루베리도 나기 시작한다.

 

음, 맛있겠다~

 

 

호박 귀여워!

 

대충 둘러보고 도서관에 들어왔다. 주말이라 그런지 꽤 사람이 있는 편이다.

 

 

높은 천장 느낌이 좋다.

 

 

도서관에 온 건 만화 원피스를 빌려보기 위해서이다. 넷플릭스에 요즘 실사판이 나왔다고 해서 관심이 간다.

 

5년 전에 이 도서관에 처음 왔을 때 만화책이 있는 걸 보고 좋아했는데, 그땐 프랑스어를 한 자도 못 읽었으니 정말 그림의 떡이었다.

 

이제는 좀 느릿느릿하지만 어쨌든 만화책을 읽을 수 있다! 

 

원피스는 유명한 만화라서 1권은 언제나 없다. 도서관이니 어쩔 수 없지. 난 중간부터 읽어도 상관없어서 아무거나 한 권 꺼내서 의자에 앉에 느긋하게 읽었다. 

 

 

주말에 맛있는 거 먹고 만화책을 보다니~

 

좋은 주말이네!

 

 

배부르게 먹고 재밌게 보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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