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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넷플릭스 설국열차 - 재밌지만 억지스러운 설정들

by 밀리멜리 2020.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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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공개된 설국열차 시리즈 -  결론부터 말하자면 볼만하지만, 굳이 이런 스토리라인을 만들어서 리메이크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스포일러 있습니다.

 

일단 영화와 세계관은 같습니다. 빙하기가 왔고 도저히 살 수 없는 시대에 노아의 방주와도 같은 설국열차에 탄 사람들만이 유일한 생존자들입니다. 다만, 영화보다 몇 년 전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설국열차 (구글 이미지)

 

우선 다루고 싶은 점은 넷플릭스 시리즈에서 열차 자체를 어떻게 그려내는가인데요. 영화에서는 이 설국열차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축소판처럼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열차 안의 아쿠아리움이나, 학교, 병원, 나이트클럽 등등 우리가 사는 도시처럼요. 시리즈에서도 물론 이와 비슷한 모습이 묘사되지만, 일등칸의 사치스러움과 화려함에 더 집중한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아쿠아리움에서 늘씬한 여자가 수영을 하다말고 물고기를 잡아 초밥을 만들어 먹는다든가, 1등칸의 식당에서 햇살 받으며 스테이크를 써는 승객들의 화려함이 물론 럭셔리해서 볼만합니다. 하지만 이런 1등칸의 부유함을 굳이 그렇게 아름답게 표현해야 했을까요? 정말 계급간 갈등과 혁명을 표현하고 싶었다면, 1등칸 사람들의 속물근성을 은근하게라도 보여주는 게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레이턴에 대해서도 몇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레이턴은 꼬리칸에서 리더 격으로 여겨지는 형사입니다. 우연히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굳이 꼬리칸에서 레이턴을 데리고 와 먹이고 재워주고 때리기도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꼬리칸 사람들도 왜 레이턴이 앞칸으로 가야 하는지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보는 저도 궁금해요. 주인공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싶은데, 별로 알려진 정보는 없고, 어쨌든 레이턴이 해결해야만 하는 비밀이 있습니다. 사실 그 비밀이 뭔지 에피소드를 계속 봐도 알려지지 않고, 저도 궁금해서 끝까지 계속 보긴 했는데 좀 김이 새더라고요. 왜 꼭 레이턴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을 거라고 했을까요?

 

멜러니 캐릭터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억지 설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긴 하지만요. 제 추측이지만 영화속에 나왔던 윌포드의 캐릭터에 반전을 주기 위해서 멜러니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 반전은 에피소드 하나만에 다 까발려지고요.

 

어쨌든, 멜러니는 설국열차에서 여왕으로 군림하지만 윌포드의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왜 본인이 엔진을 담당하고 있고, 열차를 설계했다는 사실을 숨기는지 그 이유가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설국열차를 설계한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1등칸의 럭셔리함과는 거리를 두고 좁은 엔진룸에서 노동을 하며 살아갑니다. 엔지니어가 많지 않으니, 열차를 움직이려면 일을 하긴 해야겠지만 그렇게 처박혀 살 필요가 있나요? 이 때문에 멜러니는 착한 편이야, 아님 나쁜 편이야? 라는 의문점을 갖고 계속 보게 됩니다.

 

멜러니를 응원해야 할지 말지 혼란스러운데, 그 혼란스러움이 매력이긴 해요. 봉준호 영화에서도 영원한 선이나 영원한 악은 없으니까요. 또, 부자라고 해서 항상 나쁜 사람은 아니고, 가난하다고 해서 항상 착한 사람인 것은 아니라는 걸 잘 보여줍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죠. 아쉬운 것은 그 모호성 때문에 캐릭터의 특징까지 흐려진다는 점입니다.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1등칸의 망나니 LJ 폴저의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녀는 사이코패스이고, 그녀의 잔악한 성격을 보여주는 여러가지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왜 LJ가 왜 그렇게 잔인한지 설명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그저 태어났을 때부터 사이코패스였고, 부모가 오냐오냐 길러서 아이가 그 모양이 됐다라는 설정보다는, 이런이런 일이 있었고, 사이코패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집안사정이나 뒷이야기가 나왔으면 훨씬 자연스럽고 재밌었을 것 같네요.

 

이왕 영화를 시리즈로 바꾸기로 했더면, 캐릭터들의 배경을 보여주고 그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했으면 좋겠네요. 재미 없다는 건 아닙니다. 한번 보면 다음 내용이 어떨지 궁금하고 또 재밌어서 끝까지 봐버렸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억지스러움이 묻어나고, 여러 작가가 여러 스토리라인을 한 번에 한 시리즈로 표현하려고 해서 뚝뚝 끊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시리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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