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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원 데이 앳 어 타임 리뷰 - 깊은 울림이 있는 진짜 시트콤

by 밀리멜리 2020.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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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원 데이 앳 어 타임>은 몇 번씩이나 배를 잡고 웃어야 할 정도로 재밌다. 그렇게 실컷 웃고 나면 아, 이런 사회적 문제가 있었구나 하고 배우게 되어, 공부하지도 않았는데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탁 트인 것 같은 느낌이다.

 

원 데이 앳 어 타임 (넷플릭스)

 

시트콤은 말 그대로, 이야기 속에 코믹한 요소를 집어넣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장르다. <원 데이 앳 어 타임>은 관객들이 무대를 보면서 환호하거나 함께 떠들썩하게 웃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멀티캠 방식 코미디이다. 우리가 친숙한 <프렌즈>와 같은 방식으로, 조금은 올드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막을 통해 대사를 읽는 한국인으로서는 관객들이 웃을 때 함께 웃을 수 없을 때도 가끔 있다. 그런 거리감을 감안하더라도 통쾌하게 사람을 웃길 수 있으니 참 잘 만든 시트콤인 것 같다.

 

<원 데이 앳 어 타임>가 다루는 사회 정치적 이슈는 다양하다. 먼저, 페넬로피는 싱글맘이다. 이혼율이 엄청난 현 시점에서, 누구나 한부모가정 문제가 심각하고 그들이 고생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신문기사로 읽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 서사에 녹여내어 접한다면 좀 더 한부모가정에서 겪는 문제가 피부로 와닿게 된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싱글맘의 외로움을 다룬다는 점도 신선하다. 주변 사람들은 너, 재결합하지 않을거니? 싫으면 다른 짝을 찾지는 않고? 하고 귀찮게 군다. 페넬로피도 곁에서 도와주는 동반자가 없어 힘들어하고, 외롭고 사랑해줄 누군가가 그리워 짝을 찾고 싶어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 한국에서도 이혼 경력이 있으면 그 자체가 낙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도 그런 점에서 예외가 아닌가보다. 페넬로피가 싱글로 살든 결혼을 하든 어떤 선택을 하든 다 좋지만, 이혼 경력때문에 그 선택이 힘들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시트콤 속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우리 사회에서도.

 

또, 페넬로피는 아프간 참전 군인으로 PTSD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불안 장애와 우울증으로 괴로워하지만 쿠바인 어머니는 정신력으로 이겨내라며 고집부린다. 우울증을 앓는 코미디 주인공이라니!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어떻게 코미디 쇼의 주인공에게 우울증을 앓는 특징을 부여하고도 쇼가 웃길 수 있지? 우리가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던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그냥 항상 있는 일상처럼, 하지만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직장 내에서의 성차별 임금차, 미국 이민자로서 경험해야 하는 인종차별,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한 딸 등등 이외에도 에피소드마다 여러 문제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역시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가장 유쾌한 방법은 풍자이다. 이 세상에 더 많은 블랙코미디 쇼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사회풍자 이슈에 대해서 다루었지만,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봐도 재밌다. 그냥 밥먹으면서 한편씩 봐도 좋다. 넷플릭스에는 시즌3까지 올라와 있는데, 시즌 4는 다른 방송사에서 방영하고 넷플릭스는 계약을 끊은 모양이다. 넷플릭스, 정말 보는 눈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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