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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익스플레인: 뇌를 해설하다 -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한 것

by 밀리멜리 2020.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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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탐구하거나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보는 것은 언제나 놀랍고 재미있다. 누구나 뇌가 있지만, 뇌에 대해 밝혀진 지식은 아직도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모르기 때문에 더 흥미롭고, 항상 더 탐구할 여지가 있는 분야이다.

 

인간의 기억 편에서 내가 너무도 놀랐던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넷플릭스 <익스플레인: 뇌를 설명하다>

뭐라고요! 내 1년 전 기억의 50%는 틀린 거라고요?

 

내가 1년 전에 뭘 했더라... 2019년 9월. 뭘 했지? 학교를 다니고 시험을 치고, 친구를 만나고... 이렇다 할 강렬한 기억은 없는데. 아, 이래서 블로그를 해야 하는 거야. 1년 전부터 블로그를 했더라면 뭔가 썼을 텐데. 아무튼, 내가 2019년 9월의 한가지 일을 샅샅이 파헤쳐서 끄집어내고, 기억을 다시 돌이켰다고 치자. 그럼 그 기억의 반은 내가 만들어낸 거짓이라고???

 

와, 너무 충격이다. 이제 하나 기억이 났다. 사라가 할로윈이 가까우니 파티를 하자고 제안했었고, 나는 어린애도 아닌데 무슨 파티냐 싶었지만 재밌겠다 싶어서 그러자고 했다. 사라가 할로윈 맞이 새 옷을 사고싶다고 했고, 그래서 뭔가를 샀는데. 해골무늬 스웨터였나? 근데 그건 새 옷이 아니라 원래 입던 옷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검은 장미 레이스 머리장식을 산 건 분명하다. 또, 새로 머리를 브레이드 했는데 주황색을 브레이드 하지 않았나? 아닌가, 핑크색이었나??!!!!!! 흰색이었나? 

 

핀터레스트 이미지. (이런 색깔 아니었나??)

분명 할로윈을 맞아 사라가 머리를 새로 하긴 했는데, 그게 주황색이었다고 해도 맞는 것 같고, 핑크여도 맞는 것 같고 흰색이어도 맞는 것 같다. 와!!! 정말 내 기억은 다 바뀌었구나. (나중에 사진을 확인해 보니 흰색이었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도 한번 2019년 9월에 있었던 한가지 일을 기억해 보자. 처음엔 아무것도 없이 그냥 기억했다가 조금 시간이 지난 뒤 사진이나 기록을 보고 다시 확인해 보자. 기억이 100% 완벽한가? 내가 받은 이 충격을 여러분도 한번 경험해 봤으면 한다.

 

다큐멘터리는 또다른 화두를 던진다. 인간의 기억이 이토록 불완전한 것이라면, 우리는 애초에 왜 기억을 할까? 그것은 바로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를 떠올릴 때와 미래를 떠올릴 때 뇌의 같은 부분을 사용한다고 한다. 

 

뇌가 손상되어 바로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한 남자는, 내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 그에게 미래란 마치 "빈 방에서 의자를 찾는 것과 같다"고 한다.

 

넷플릭스 <익스플레인: 뇌를 설명하다>

인간이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기억하는 것이라면 어떨까?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수평적으로 흐르는 게 아니라, 시간이 정적으로 점으로 존재한다면. 그리고 우리의 뇌가 그 점과 같은 에피소드를 경험하는 것 뿐이라면. 시간이 흐르는 게 아니라면....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엉뚱한 상상을 하는 바람에 내 뇌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아, 내가 곁다리로 흐르긴 했지만 정말 잘 만든 다큐멘터리이다. 원래 케이팝 편을 보고싶었는데, 워낙 이 에피소드의 제목이 매력적이어서 클릭했고 정말 재밌게 잘 즐겼다. 재밌어! 이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이 물론 책을 읽는것보다는 덜하겠지만, 짧은 시간에 정보를 강렬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박수를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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