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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넷플릭스 <남부의 여왕> - 카밀라 바르가스, 매력적인 악녀

by 밀리멜리 2020.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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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의 여왕> 카밀라 바르가스

아, 카밀라 바르가스. 세상에 이렇게 매력적인 악역이 또 있을까. 

 

카밀라는 멕시코 시날로아 출신으로, 미국 댈러스로 넘어와 코카인 밀매를 하는 카르텔의 두목이다. 남편이 죽은 후, 다시 시날로아로 돌아와 주지사가 되는 인물. 카르텔 갱단 두목이 어떻게 주지사가 되냐고? 그만큼 멕시코가 타락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중저음의 허스키한 보이스에, 섹시하게 파인 붉은 드레스를 자주 입는 카밀라 바르가스는 권력욕에 목마른 무자비한 디바이다. 그녀의 몸짓 하나 하나가 우아하면서도 강력하다. 

 

카밀라의 권력욕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 결혼하기 전에는 아름답고 순수한 댄서였지만, 이 아가씨, 남편 하나 잘못 만났다. 하필 사랑하게 된 사람이 마약 딜러였다. 둘의 결혼 후, 바르가스 카르텔이 시날로아 최대 카르텔이 된 것은 남편덕이 아니라 카밀라가 카르텔을 직접 키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카밀라의 성공방법은 복수와 정복으로 요약된다. 자신의 앞에 거슬리는 자가 있다면, 우선 두뇌 게임을 해서 상대의 약점을 잡아낸다. 그 약점으로 이웃 카르텔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설혹 실패하더라도 끈질기게 상대 카르텔을 쫓아 멸망할 때까지 처절하게 붕괴시킨다. 이런 그녀의 전략은 결국 그녀의 카르텔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고 카르텔 제국을 건설하게 된다.

 

이렇게 카르텔에 애착이 많은 카밀라는 카르텔을 은퇴하고 정치에 입문하려는 남편 에피파니오를 이해하지 못한다. 남편은 정치적 이미지 때문에 카밀라가 자신 옆에 있어주길 바라지만, 카밀라가 그런 트로피 와이프같은 짓을 할 리 없지. 남편을 죽였으면 죽였지, 고분고분하게 남편을 따를 인물은 아니다. 카밀라가 남편을 사랑했으니 망정이었지, 안그랬으면 카밀라 앞을 막는 순간 벌써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눈 깔아.

카밀라와 에피파니오 사이의 사랑은 드라마틱함이 넘쳐 흐른다. 카밀라의 사랑은 언제나 정열이 넘쳐흐른다. 사랑할 때도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고, 싸울 때도 모든 것을 희생한다. 이 커플의 부부싸움 때문에 카르텔 전쟁이 일어나 수백, 수천 명이 죽을 정도이니, 얼마나 드라마틱한지! 사실, 카밀라의 이런 디바같은 드라마틱함 덕분에 카밀라의 애정신은 코믹할 정도이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카르텔 전쟁을 하던 이 부부. 카밀라는 남편이 자신에게 킬러를 보냈다는 사실에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상태이다. 둘은 죽여버린다며 서로 전화를 하던 중, 에피파니오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진다. 남편이 죽을까 봐 걱정했던 카밀라는 문병을 가고, 병실에서 둘은 옛 추억을 이야기하다 갑자기 키스를 한다. 한창 러브러브하던 분위기에, 남편이 갑자기 카르텔을 그만두고 자기 옆으로 오라고 말한다. 화가 끝까지 난 카밀라는 병실 침대에 누운 에피파니오를 내려다보면서 이렇게 귓가에 속삭인다.

 

"Stay on the ground, where you belong." (바짝 엎드려 있어, 땅바닥이 니가 있어야 할 곳이니까.)

 

이왕 심장마비로 누워 있는 김에 아예 죽은 듯이 있으라는 말이다. 

 

이런 악녀 중의 악녀에게도 약점이 있으니, 바로 그녀의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이다. 카르텔에 신경쓰느라 딸의 곁에 있어주지 못한 것이 항상 미안한 카밀라는 딸 문제가 되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내리고, 날카로운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남부의 여왕>은 마약 카르텔 이야기이다. 이 드라마에서 테레사가 여자의 몸으로 카르텔의 두목이 된다는 서사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카밀라가 그녀의 롤모델이자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남부의, 중남아메리카 느낌의 드라마틱함을 맛보고 싶다면, <남부의 여왕>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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