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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넷플릭스 추천] <네버 해브 아이 에버> 리뷰

by 밀리멜리 2020.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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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이틴 로맨스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계속되는 광고 덕분에 이 시리즈를 봤죠. 평소에 미국 하이틴 로맨스는 유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했고, 특히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하이틴 로맨스 영화에 꽤 실망했거든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나, <키싱 부스> 같은 영화들... 왜 인기 있는지 모르지만 그냥 내 취향이 아닌가 보다 하고 말았어요. 그러다 속는 셈 치고 <네버 해브 아이 에버> 1편을 봤고 결국에 이틀 만에 1 시즌을 다 봐버렸습니다. 결론, 재밌어요! 2 시즌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네버 해브 아이 에버>는 찐이에요. 발랄하고 통통 튀는 우리 주인공 데비는 인도계 미국인의 삶을 잘 보여줍니다. 물론 저는 인도계 미국인이 삶이 어떤지 잘 모릅니다. 근데 찐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지난 포스트에서 제가 <뮬란 2020>을 보며 중국 문화를 잘못 표현한 것에 대해 화를 냈습니다만, 이 시리즈는 달라요. 인도계 미국인의 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제작진들이, 아 우리 넷플릭스 하이틴 로맨스 코미디 만들 건데,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다양한 인종을 넣어야겠어, 인도계도 넣고 중국계, 일본계, 한국문화, 흑인도 넣고 게이도 넣고... 요새 백인만 나오면 안 되니까. 이래서 넣은 게 아니라 진짜 인도계 미국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제작한 느낌이 들어요.

 

<뮬란 2020>이 게이샤, 일본풍 배경, 중국식 무협영화 등 문화적 고정관념을 고치는 노력이 하나도 없었던 것과는 달리, <네버 해브 아이 에버>는 인도계 미국인은 사실 이렇게 살고 있다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인도인에게 갖고있는 고정관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카레를 먹고, 음식 먹을 때 손을 쓰며, 결혼할 때 중매결혼을 한다는 것 정도일까요? 이런 고정관념이 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인도 문화의 특징을 어떻게 그려내느냐입니다.

 

<뮬란 2020>에서 뮬란은 중국인일 필요가 없었어요. 서양식 히어로를 만들어놓고 심심하니깐 중국풍을 끼얹어볼까? 해서 만든 영화죠. 하지만 <네버 해브 아이 에버>에서의 주인공은 데비가 인도계라는 점이 시리즈에서 매우 중요한 점으로 작용합니다. 그냥 하이틴 로맨틱 코메디 만들어 놓고 흠, 주인공은 인도인으로 해볼까? 해서 만든 게 아니라는 거죠.

 

데비가 인도인이라는 점은 스토리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인도계이기 때문이 데비의 엄마는 딸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고, 엄청나게 지루한 인도계 행사에 참여해야만 하고, 카말라의 중매결혼 스토리도 인도계이기 때문에 있을 수 있죠. 그리고 마지막에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도 인도인다운 방식으로 보여주죠. 아,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인도인이어야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죠.

 

다문화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인도인이 인도문화를 보여주고, 쿠바인이 쿠바문화를 보여주는 이런 시리즈가 많아야 언젠가 한국인도 한국문화는 이렇다를 잘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에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면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문화를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다.  

 

중매결혼하라는 집안의 압박에 고민하는 카말라

특히 저는 중매결혼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극 중 카말라는 인도인이 아닌 애인을 몰래 사귀고 있었고, 집안에서는 어서 좋은 집안의 인도인과 중매결혼하라고 압박하고 있죠. 자유로운 연애 못하는 카말라 불쌍해하면서 보고 있는데 중매쟁이가 소개한 이 남자가 반전, 여러모로 너무나 완벽한 겁니다. 중매결혼은 안 좋은 전통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요. 우리도 자유롭게 연애 하지만 이혼율 높죠, 만나 보고 나서야 쓰레기인 줄 알게 되는 헤어진 연인들 이야기 너무 흔하잖아요. 데이팅 앱으로도 만나고, 소개팅도 하죠. 그래도 그렇게 연애와 결혼에 실패해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지만 정말 그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자연스럽게 만났다고 해서 무조건 꼭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볼 때, 인도 전통의 중매 결혼이 꼭 나쁜 것은 아니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중매쟁이는 연인 될 사람의 요구에 최대한 맞춰서 중매를 해줄 테고,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겠죠. 또, 중매로 만났다 하더라도 아닌 것 같으면 거절할 수 있으니까요. 카말라가 중매에서 만난 완벽남을 선택할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만난 옛 애인에게 돌아갈지 그건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요. 결국엔 카말라 맘에 드는 사람을 선택하겠죠. 그런데 저는 중매결혼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깨달음에서 뒤통수를 한 대 꽝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카말라가 누굴 선택하든 저는 거기에 가치판단을 내릴 자격이 없습니다.

 

초반에서 카말라는 얌전하고 전통을 따르는 착한 인도인 아가씨처럼 보이지만, 사실 카말라의 야망을 보고 있으면 그냥 고분고분하게 전통을 따를 사람은 아닙니다. 카말라의 삶을 조금씩 보고 있노라면, 카말라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자기 삶을 개척해 나갈지 궁금해지고 응원을 하게 만듭니다. 

 

그럼 데비는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주인공 데비는 학교에서 인기 있었으면 하고, 연애하는 걸로 자랑하고 싶고, 잘 나가는 애로 보였으면 좋겠는 모태솔로 쭈구리예요. 틱톡에 올리려고 친구들과 춤 연습하는 장면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그치만... 뭐랄까, 데비는 귀엽지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해요. 학교에서의 이미지만을 중시하고 친구들과의 의리를 저버리는 모습이 가장 안타까웠는데, 또 주인공이 완벽할 수만은 없죠. 시즌 2에서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봤으면 좋겠네요.

 

틱톡에 올려야 해!

아마 데비의 그런 면에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 이민 2세대의로서의 혼란스러움이 원인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래도 친구를 그렇게 저버리는 건 좀 껄끄러워요. 데비는 중매결혼하려는 카말라 언니를 보고 너무 인도스럽다고 생각하죠. 또, 사리를 입고 인도 전통행사에 참여해야만 하는데 너무 지루해서 당장 달려나가고 싶습니다. 어떤 게 너무 인도스러운 건지, 어떤 게 덜 인도스러운 건지 가치판단에 혼란이 오는 십대를 잘 표현했어요. 

 

데비가 이미지를 중시하는 모습에 비해, 친구들인 파비올라와 엘레노어는 맘놓고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중국계인 엘레노어는 배우가 꿈인데, 이상할 정도로 화려한 옷을 입고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드라마퀸입니다. 이렇게 초반에는 별로였던 이미지가 중반으로 갈수록 점점 사랑스러워집니다. 엘레노어의 이런 이상한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고, 그 비밀을 다 알고 나면 엘레노어를 응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다른 친구인 파비올라가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고민을 겪으면서도 언제나 데비를 도와주는 모습도 무척 사랑스럽죠.

 

무척 유쾌한 시리즈입니다. 너무 뻔하지도 않고 재밌게 즐길 수 있어서 한 편 한 편 볼 때마다 끝내기 아쉬운 시리즈였어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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