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컬쳐리뷰/책 리뷰

에쿠니 가오리 - 낙하하는 저녁 독후감

by 밀리멜리 2023. 11. 12.

반응형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을 읽었다. 실연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다케오와 리카라는 연인이 이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나 이사할까 봐.'라는 우물쭈물하는 말을 꺼내며 이별을 고하는 다케오. 책을 읽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케오는 한심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다케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그리워하는 리카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그냥 잔잔한 연애 소설인줄 알았는데, 읽으면서 '엥?' 소리가 여러 번 나오게 만든다. 

 

우선 둘이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 연락을 한다는 점이 그렇다. 하긴, 요즘은 그런 커플도 많지.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케오가 전여친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케오는 다른 여자가 좋아져서 헤어지자고 말한 주제에, 리카에게 전화를 걸어 "나 못 만나서 쓸쓸해?"라는 대사를 던진다.

 

누구 놀리나? 그러나 리카는 그 말을 듣고 화내지도 못한다. 리카가 쓸쓸한 건 사실일 테니까.

 

나 못 만나서 쓸쓸해?

 

'이 소설 이상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다케오의 행동에 화가 난 이상, 이야기가 어디까지 막장으로 가나 계속 읽어보기로 했다.

 

리카는 전남친 다케오의 집에 들렀다가, 문제의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된다. (다케오는 하나코가 자기 집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리카를 초대한 것이다!) 하나코라는 이름의 그 여자가 너무 예뻐서인지, 다케오의 무심함에 상처를 받아서인지, 리카는 비참한 기분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온다.

 

그 이후로도 다케오는 리카에게 전화를 걸어 하나코 이야기만 한다. 아, 리카가 빨리 콩깍지를 벗어던지고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할 텐데. 다케오는 하나코가 좋다느니, 하나코의 옷차림이 어땠고 첫만남이 어땠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뭐래 진짜. 리카는 왜 그 이야기를 또 그냥 듣고만 있어?

 

그러던 어느 날, 하나코가 다케오의 돈을 들고 튀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 꼴 좋다-! 하고 속이 시원했지만, 진짜는 이 다음부터다.

 

돈을 들고 사라졌다던 하나코가 리카의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하나코는 자기가 집주인인 것 마냥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더니, 집세를 낼 테니 함께 살자고 말한다. 리카는 또 그러자고 한다. 

 

이후로 하나코와 리카의 기묘한 생활이 이어진다. 리카는 계속 다케오를 잊지 못하지만, 하나코는 곧 다케오에게 질리고 다른 남자를 만나러 다닌다. 리카는 다케오를 좋아하고, 다케오는 하나코를 좋아하고, 하나코는 다른 남자를 좋아하면서 이야기는 계속된다.

 

 

내가 작가라면 그냥 하나코와 리카를 차라리 커플로 이어버릴 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러면 실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게 되려나? 결말을 읽고도 엥? 하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제목이 왜 낙하하는 저녁일까 생각해 보았다.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 슬픈 느낌, 마음이 턱 내려앉아 슬픈 느낌이 낙하하는 저녁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