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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레미제라블 3권 - 마리우스 독후감

by 밀리멜리 2023.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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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3권을 읽고 있다. 요즘은 크레마와 밀리의 서재로 책을 읽는데, 다운로드 기한이 끝난다고 해서 급하게 읽는 중이다. 두꺼워서 미뤄놨는데 이 참에 끝내야겠다.

 

레미제라블은 읽으면 읽을수록 계속 재밌어진다. 이번에 3권의 마지막 장면을 읽으며 속으로 '오오오오~~!!!' 하는 감탄이 나왔다. 빅토르 위고는 천재인가 봐... 

 

레미제라블 제 3권은 마리우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평소에 갖고 있떤 마리우스의 이미지는 잘생기고 우유부단하고 약간 얼빠진 캐릭터라는 느낌이었는데, 책을 읽으니 왜 마리우스가 이런 행동을 했는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책에서는 역시나 마리우스의 잘생긴 외모에 관한 찬사가 몇 페이지에 걸쳐 나온다. 그런데 그 외모 묘사를 읽던 중, '숱이 많은 검은 머리, 시원스럽고 이지적인 이마, 넓고 열정적인 콧구멍, 진지하고 고요한 기색을 갖춘 젊은이..'를 읽다가 열정적인 콧구멍에 터져버렸다. 아! 어떻게 하면 콧구멍이 열정적일 수 있지? 😆

아무리 콧구멍이 웃기다 해도 이 책을 읽으며 잘생긴 마리우스의 외모를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나는 정국의 노래를 들으며 이 책을 읽었는데, 마리우스의 모습이 곧 정국의 모습이라 상상하며 읽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붉은 입술과 가장 하얀 치아를 갖춘 그의 입이 매력적이었던지라 (...) 어떤 순간에는 그 순결한 이마와 선정적인 미소가 기이한 대조를 이루기도 하였다.

그가 극도로 궁핍하던 시절에는, 지나가던 아가씨들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볼 때마다, 죽도로 슬픈 마음으로 도망치거나 숨곤 하였다. 그녀들이 그의 남루한 차림새를 보고 비웃는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은 그의 우아함에 이끌려 그를 유심히 바라본 것이었고, 그로 인해 그녀들이 몽상에 잠기곤 하였던 것이다.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내가 상상한 마리우스

 

귀족 청년인 그가 궁핍한 처지에 놓이게 된 사연도 재미있다. 그는 상류층 부르주아의 손자로, 평생 놀고 먹을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었지만 이를 거절하고 홀로 가출한다. 왜일까?

그 배경을 알려면 프랑스 역사를 조금이나마 이해해야 한다. 마리우스의 할아버지는 고집스러운 왕당파이며, 루이 필립을 지지한다. 그러나 마리우스의 아버지는 나폴레옹을 지지하며, 워털루 전쟁에서 싸운 대령이고, 어머니는 마리우스를 낳고 죽는다.

정치성향이 다른 사위가 너무 꼴보기싫은 나머지, 손주 마리우스를 집으로 데려와 평생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마리우스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어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고도 큰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버지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았음이 분명했던 바, 자기를 다른 사람들의 수중에 내버려 두었으니 말이다. 자기가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꼈던지라 그 역시 사랑하지 않았다.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그러나 사실은 아버지가 그를 매우 사랑했으며, 할아버지가 일부러 아버지의 편지를 차단했다는 걸 알게 된 마리우스는 할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생기고 그 길로 집을 나간다. 겨우 생계를 연명하는 가난한 처지에 놓이지만 할아버지가 주는 용돈은 거절한다. 정치성향도 아버지를 따라 나폴레옹을 지지하는 보나빠르트 파가 된다. 그가 어떻게 나중에 왕정을 타도하는 공화당원이 되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무튼 책 중반까지 차갑고 엄숙한 태도를 유지하던 마리우스는 뤽샹부르 공원에서 산책하다 우연히 코제트를 만나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코제트를 만난 이후 마리우스는 허둥지둥에 우유부단, 얼빠진 모습이다.

 

마리우스가 산책하던 빠리의 뤽샹부르 공원

 

그런 태도 때문인지, 마리우스는 진짜 위급한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른다. 게다가 자기도 모르게 쟝발쟝이 있는 곳을 쟈베르에게 알려 주게 된다. 쟈베르가 나오는 대목에서는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쟈베르, 정말 끈질기다... 쟝발쟝이 쟈베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읽다 보면 정말 긴장감이 팍팍 터진다. 쟈베르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독자들에게 이런 놀라움을 선사할 수 있는 건 역시나 캐릭터가 촘촘하게 잘 짜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게 장편의 매력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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