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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감정의 파도와 행동의 변화 - 레미제라블 4부 독후감

by 밀리멜리 202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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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4부를 읽는 데 한참 걸렸다.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사랑이 꽃을 피우고, 혁명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이다.

4부를 읽고 나서야 왜 마리우스가 혁명에 참여했는지 알게 되었다. 바로 사랑 때문이다.

마리우스는 플뤼메 거리에 있는 코제트의 집에 편지를 놓고 가고, 서로 만나 입맞춤을 나누며 사랑의 환희를 만끽한다. 그러나 수상한 기색을 감지한 쟝발쟝이 영국으로 이민을 결정하고, 둘은 헤어진다.


코제트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절망이 마리우스를 혁명으로 인도했다. 허탈함에 길을 걷다가 차라리 죽자는 생각에 혁명에 뛰어든 것이다. 바리케이드에서 혁명군을 주도하며 싸우는 것으로 4부가 마무리된다.

 



이번 편에서는 모든 사건이 절정에 다다르는 느낌이다. 서로 짝사랑만 하던 두 연인이 만나고, 혁명과 전투가 시작된다. 등장인물들이 환희와 절망, 극단적인 두 감정을 느끼는 장면이 이어진다. 예를 들어 볼까?

쟝발쟝은 오직 코제트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환희를 느낀다. 쟈베르에게 잡힐 뻔 하다가 겨우 빠져나오고 부상을 입지만, 그 덕에 코제트가 곁에서 보살펴주는 것에 깊은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고 곧 불안감에 빠진다. 쟝발쟝의 깊은 불안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쟈베르일까? 아니다. 코제트를 잃을까 불안한 것이다.

그 불안감 때문에 쟝발쟝은 영국으로 이민을 결심하고, 코제트가 프랑스를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마리우스는 절망한다. 사랑의 달콤함에 환희를 느끼던 두 연인은 곧 슬픔에 빠진다. 

 

절박한 마음에 마리우스는 4년이나 찾지 않던 외할아버지 질노르망을 찾아가 결혼 허락을 구하지만, 거절당하고 거리로 나선다. 한편 이 질노르망 할아버지도 그토록 사랑하던 손주를 보고 환희에 차오르지만, 말실수 하나 때문에 마리우스를 떠나보내고 깊은 우울감에 빠진다.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던 에포닌은 한번도 그의 눈길을 받지 못하지만, 그를 혁명으로 인도하며 자기 몸을 바쳐 총을 맞고 대신 죽는다. 에포닌은 죽는 순간에야 마리우스의 키스를 받으며 눈을 감는다.

이런 식으로 많은 등장인물들이 감정의 절정에 차올랐다가 밑바닥까지 내려가곤 한다. 인생이 그렇지 않은가. 고통스러웠다가도 기쁨이 찾아오고, 한껏 기쁨에 벅차오르다 불행이 찾아온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런 감정의 파도를 타고 나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한다. 절망을 피하기 위해, 기쁨을 다시 찾기 위해... 그 선택이 꼭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 준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등장인물 모두 다른 감정의 파도를 겪고, 각자의 선택이 모여 프랑스의 혁명을 이끌어냈다. 그 혁명이 옳은 것인가 아닌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 혁명이 어떤 대단한 결과를 이끌어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레미제라블 속의 혁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작은 봉기 중 하나였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왜 레미제라블이 프랑스대혁명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작은 혁명을 다뤘는지 궁금했었다. 책이 마무리되어가는 지금도 알쏭달쏭하지만, 혁명에 참가하겠다는 사람들의 동기가 똑같지 않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저 왕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는 것, 모두에게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나중에 어떤 결심을 하고 그를 행동으로 옮기는 데 영향을 준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글을 쓰고 있는 행동마저도 과거에 내가 느낀 감정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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