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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레미제라블 2권 독후감 - 신과 닮은 쟝발쟝

by 밀리멜리 2023.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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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읽은 지 한참 되었는데 이제서야 2권을 펼쳐보게 되었다. 2권의 제목은 코제트, 표지에 나오는 그 꼬마 소녀가 주인공이다.


사실 누구누구가 주인공이라는 말은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직접 밝힌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은 어느 한 사람이 아니라 무한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무한이 주인공이라니, 그게 무슨 말일까?

밑에 있는 무한 속에 자아 하나가 있듯이 위에 있는 무한 속에도 하나의 자아가 있을 것이다. 아래에 있는 자아, 그것이 영혼이고, 위에 있는 자아, 그것이 신이다. 

 

레미제라블을 읽다 보면 명상록을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빅토르 위고는 기도, 명상, 사유를 통해 인간이 행동을 실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 실천을 통해서 인간은 무한 속으로 들어가고 인류의 진보, 사랑과 믿음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많은 인물 중에서도 쟝발쟝이 사유와 명상을 하고, 또 사랑의 행위를 실천하는 인물이다. 그의 초인스러운 힘과 숭고한 자기희생은 쟝발쟝이 신과 가장 닮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든다.

쟝발쟝은 어느 불쌍한 노인의 누명을 풀기 위해 제발로 자베르에게 잡혀 들어간다. 몇 년째 감옥에서 도형수 생활을 하던 중, 어떤 전함에서 선원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그를 구하러 간다.

쟝발쟝의 무시무시한 괴력이 또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장교가 허락하자, 그는 망치질 한 번으로 자기 발목에 채워져 있던 쇠고랑을 부순 다음, 밧줄 한 가닥을 움켜쥐고 뛰어들었다. 그 순간에 쇠고랑이 쉽게 부서졌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였다. (...) 도형수가 한 손으로 자기의 밧줄을 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선원을 단단히 묶어 끌어 올렸다.


장교에게 허락 맡고 쇠고랑 부수는 박력... 멋있다. 백발 휘날리는 아저씨가 이렇게 멋있을 줄이야. 게다가 한 손으로 사람을 밧줄에 묶어 끌어올리는 괴력은 후일 자베르의 추격에서 코제트를 구출할 때도 요긴하게 쓰인다. 

 

밧줄의 한 끝은 코제트, 밧줄의 다른 한끝은 이빨로 문 다음, 구두와 양말을 벗어 담장 너머로 던지더니, 돌덩이 위로 올라가 담장 귀퉁이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하였다. 삼십 초도 지나지 않아 무릎이 담장 상단에 닿았다. (...) 그리고 다음 순간, 코제트는 자기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미처 정신을 수습하기도 전에 그녀는 담장 위에 올라와 있었다. 


쟝발쟝을 추격하던 자베르가 꼼짝없이 그를 놓친 이유는 역시나 그 괴력 때문이다. 담이 너무 높아서 설마 자베르는 그가 아이를 데리고 탈출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은 가난하다. 한데, 쟝발쟝은 비록 거지꼴로 다니지만 엄청난 부자이다. 도시 곳곳에 금화를 숨겨두고, 낡은 프록코트의 안감 사이에 금화와 은행권을 넣어 다니며, 직업이 금리 생활자라고 말하고 다녀 사람들의 부러움과 의심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많든 적든, 돈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에게 돈의 쓸모가 있다면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어 그 고통을 덜어주는 것뿐이다.

쟝발쟝이 정말 비참함을 느끼는 이유는 고통과 두려움이다. 수 년동안 고생하며 자유를 빼앗긴 도형수 생활이 끝나나 했는데, 겨우 도망쳐온 곳이 수녀원이다. 사람이 죽어서야 겨우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수녀원. 자유를 빼앗기긴 마찬가지다.

쟝발쟝은 고통 끝에 자기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되물으며 깊은 명상에 잠긴다. 그가 하고 있는 일은 속죄였다. 감옥에서도, 수녀원에서도. 그가 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대신 치르며, 스스로 형벌을 요구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숭고한 자기희생은 마치 신과 닮아 있다.

레미제라블을 번역하자면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불쌍한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사회 밑바닥으로 몰락한 여직공, 학대 당하는 아이, 학대하는 부부, 평생 쫓겨다니는 탈옥수... 이 책의 인간들은 모두 조연이라고 한 빅토르 위고의 말을 봤을 때, 진짜 주인공은 인간을 불쌍하게 여기는 자가 아닐까 싶다. 

 


레미제라블 독후감 - 쟝발쟝 양심의 가책과 불안감
 

 

레미제라블 독후감 - 쟝발쟝 양심의 가책과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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