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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세상 끝의 카페 독후감 -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by 밀리멜리 2023.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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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퇴근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존 스트레레키의 '세상 끝의 카페'를 읽었다. 어쩐지 지난주에 읽은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훌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책의 첫 파트는 이렇게 시작한다.

 

고속도로에서 느릿느릿 기어가다 답답함을 못 이기고 모르는 도로로 들어선다. 휴대폰에도 검색 불가, 가고픈 방향은 북쪽인데 남쪽으로 차를 몰고 가고 있다. 완전히 길을 잃은 채 몇 시간을 달렸다. 연료는 떨어지고, 배는 고파오고 피로해진다. 

 

 

그러다 불빛을 보고 간절한 마음에 차를 돌려본다. 길을 돌아서자, 초승달과 수많은 별이 쏟아지는 황량한 곳에 하얗고 네모진 건물 지붕 위에 세상 끝의 카페라는 네온 간판이 반짝인다.

 

카페 안을 들어서니 분위기는 따뜻하다. 어떤 손님들은 신나게 이야기하고, 어떤 손님은 웃고 있고, 웨이트리스는 맛있어 보이는 딸기 파이를 서빙하고 있다.

 

그런데 메뉴에 이상한 글이 써 있다.

 

"당신은 왜 여기에 있습니까?"

 

뭔가 수상하지만, 배가 고파서 일단 아침 식사 메뉴를 고른다.

얼마 후 주방장은 쟁반 한가득 음식을 담아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게 다 제 겁니까?"
"그럼요. 아침 식사 세트 맞습니다. 오믈렛과 토스트, 햄, 베이컨, 신선한 과일, 해시브라운, 비스킷 그리고 팬케이크."
 나는 혹시 같이 나눠 먹을 사람이 없을까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토스트에 들어갈 젤리와 팬케이크 시럽, 비스킷에 곁들일 꿀, 오믈렛용 특별 토마토 살사소스까지 있습니다. 배가 고프시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삶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 내 눈은 먹을 거 묘사에 꽂혔다. 피곤하게 운전하던 장면을 읽다가 따뜻한 카페에 앉아 갓 나온 메뉴를 상상하니 갑자기 침이 고인다. 나는 책에 나오는 음식 묘사가 좋다.

 

존은 메뉴판에 쓰인 이 질문을 본 순간, 그는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느낌을 받는다. 계속 눈길이 가고 궁금해진다. 

 

나는 왜 여기 있는가?

 

존은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영혼의 궁금증도 채워나간다. 배가 허기졌던 만큼 궁금증도 허기졌던 건지, 존은 계속해서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카페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가 다르다며, 차근차근 존재의 이유를 찾는 방법을 코치해 준다. 마치 인생의 스승처럼, 차근차근. 카페의 따뜻한 분위기가 읽을 때 즐거움을 준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한동안 '나는 왜 여기에 있나?'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이 질문을 하게 되면 변화가 일어난다. 존재의 이유를 알게 되면 그 깨달음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무엇이든 하면 되기 때문이다.

 

왜 하기 싫은 일을 하며 헛된 짓으로 에너지를 낭비할까?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생긴다면 이 책이 대답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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