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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 2권 - 책이 내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by 밀리멜리 2023.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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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시리즈, 총 4권 중 2권까지 읽었다. 역시 술술 넘어가는 재밌는 책이다. 게다가 최근 내가 깊게 생각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서 상쾌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내가 요새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은 이거다. 왜 나는 계속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볼까? 

 

'휴대폰을 봐야지'라는 의도를 가지고 볼 때는 날씨나 시간을 확인할 때뿐이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텔레비전은 머리를 비워 준다. 신경 세포가 휴식에 들어가고 뇌 속의 모든 불빛들이 깜박거림을 멈춘다. 황홀경이다!

 

이 문장을 읽고 과연 그렇군-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휴대폰은 머리를 비워 준다

 

휴대폰 화면에 빠져 있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불안과 걱정을 잠시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휴대폰 사용시간을 보니, 아침 6시~7시에 사용시간이 제일 많았다. 일어나서 활동하기 전,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며 눈 뜨자마자 휴대폰을 본다. 이때가 가장 일어나기 싫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그 찝찝한 마음을 잊으려고 휴대폰을 꺼내게 된다.

 

그리고 그런 불안한 감정을 억지로 눌러놓기 때문에 하루 중 문득문득 이유 없이 더 힘들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불안감과 걱정, 거북한 감정의 기본은 바로 두려움이다.

 

나에게 하는 질문 두번째, "나는 왜, 뭐가 이렇게 두렵지?"

공포는 상당히 복잡한 감정이에요. 동굴 속의 원시인들이 가졌던 최초의 정서가 아마 공포였을 거예요. 두려움이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아주 강력한 어떤 것이지요. 두려움은 우리의 상상력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그래서 그것을 통제할 수 없는 거예요.

공포는 사실 생각이나 감정이 아니고, 오히려 복통이나 두통에 가깝다고 한다. 공포는 우리가 어떤 정보를 접했을 때 아드레날린을 분출하거나, 오한, 심장박동을 증가시키는 반응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정말 상상력에 뿌리를 두고 있는 걸까? 나는 그 순서가 반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갑자기 떠오르는 어떤 생각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게 아니라, 몸이 이미 두려운 반응을 느끼고 있고 의식이 그 반응을 설명할 핑곗거리를 찾는 건지도 모른다. "아, 심장이 막 뛰고 가슴이 조여와. 그건 뭐 때문이냐면... 바로 무서워서야! 뭐가 무서우냐면, 바로 이 생각!" (그리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무서운 생각 A가 떠오른다)

 

예를 들어, 다음 주에 있을 시험이 몹시 걱정되어 두려운 감정을 느낀다고 해 보자. 정말 시험 때문에 두려운 걸까? 이미 몸이 공포를 느끼고, 그 다음에 시험이라는 핑계거리를 찾은 걸지도.

 

3시간 후에도 똑같이 시험이 두려운 감정을 느낄까? 그렇지 않다. 똑같은 공포를 다시 느끼지는 않는다. 시험이 다음 주에 있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인데, 이상하게도 두려운 감정은 누그러져 있다.

 

두려움은 언젠가 사라진다

 

두려움이 복통이나 두통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좋다. 그냥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되니까.

 

마지막으로 공감이 갔던 부분은 '왜'와 '어떻게'에 대한 대목이다.

 

장애물이 앞에 나타났을 때, 사람이 보이는 최초의 반응은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거지?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잘못을 범한 사람을 찾고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그에게 부과해야 할 벌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똑같은 상황에서 개미는 먼저 <어떻게, 누구의 도움을 받아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개미 세계에는 <유죄>라는 개념이 없다.

 

뉴스를 읽다 보면 비난할 만한 거리를 찾아 혈안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건 A잘못이고, 이건 B잘못이고. 사람들이 왜 저래? 이러니까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지."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책임자를 색출해 내는 게 먼저가 되었다.

 

개미 세계처럼 유죄라는 개념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해결책을 찾는 데 에너지를 더 쏟아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를 먼저 생각하는 사회가 건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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