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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한국드라마와 퀘벡드라마의 특징과 차이

by 밀리멜리 2023.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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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나시마가 뭔가를 들고 왔다.

"먹어봐, 이거!"
"오, 이게 뭐야?"
"진저 비스킷."
"두 개 가져가도 돼?"
"당연하지!"

나시마가 동료들에게 모두 쿠키를 돌리고, 먹는 김에 모여서 수다를 떨었다. 

 

 

"이 쿠키 직접 만든 건가 봐! 생강 향이 좋다."
"아니! 이케아에서 산 거야."
"아하하, 그렇구나. 그래도 사길 잘했어. 맛있어."
"그나저나 크레이브에서 하는 그 시리즈 들어봤어? 앙스피레 엑스피레."

한국에 웨이브나 왓챠같은 오티티 서비스가 있듯이, 여기에는 크레이브라는 퀘벡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다. 내 동료들은 넷플릭스보다 크레이브를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신기하게도 '드라마를 본다'는 말 대신에, '시리즈를 듣는다'라는 프랑스어 표현을 쓴다. 영화는 보는데, 드라마는 듣는다. 왜 그럴까? 영어도 드라마는 보는 건데.

 

앙스피레 엑스피레


"아, 그거 소니아 쿠도 나오는 거? 재밌어?"
"그럭저럭 괜찮아. 처음엔 좀 참고 봐야 하는데. 주인공이 숲속으로 요가 캠프를 떠나는데, 갑자기 거기에서 살인이 일어나."
"엥? 장르 코미디 아냐?"
"코미디 맞아."
"몇 화 지나면 재밌어지는데?"
"음, 글쎄... 3화쯤부터?"
"25분짜리지? 그럼 최소한 1시간 15분은 봐야 하겠네."
"그 정도면 괜찮지."

까지 듣고 동료들의 대화를 또 못 알아들었다. 갑자기 정자기증 이야기가 나오더니 슈퍼전파자 이야기가 나왔다. 왜 이 이야기가 나온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그 뒤론 정말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알아들으려면 퀘벡 드라마를 몇 개 좀 더 봐야겠는데, 솔직히 퀘벡 드라마에 흥미 붙이기가 쉽지 않다. 한국 드라마에 넘 익숙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퀘벡 드라마는 확실히 한국드라마랑 결이 다르다. 한국드라마는 장르불문 대부분 엄청 화려하고, 얼굴을 대빵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꼭 나온다.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게 한국 프로그램의 특징이라는 걸 못 느꼈는데, 외국에 나오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우연이나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고, 사랑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오에스티가 좋다.

한국 드라마가 화사한 느낌이라면 퀘벡 드라마는 좀 전체적으로 우중충한 느낌이다. 그리고 현실보다 더 차가운 현실을 반영하는 느낌이랄까... 리얼리즘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판타지 요소가 있는 드라마는 인기가 없다. 퀘벡 드라마에서 사랑... 사랑은 씬을 위한 장치일 뿐 낭만이란 1도 없다. 여성감독이 만들고 여자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훨씬 많다.  

 

앞으로 나도 퀘벡 방송도 좀 보고 그래야겠는데...  안 그래도 여전히 잘 못 알아듣는 나를 위해 크리스틴이 추천을 하나 해 주었다.

"뚤몽드앙빠흘르(Tout le monde en parle), 이거 한번 봐봐. 토크쇼인데 항상 재밌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거 보면 대충 요즘에는 뭐가 일어나는지 알 수 있을걸? 혼자만 못 알아들으면 재미없잖아."
"오, 추천 고마워!"

 

토크쇼 Tout le monde en parle



한두편을 보기는 했는데, 퀘벡 방송이 나와 취향이 안 맞는 건지 아니면 못 알아들어서 흥미가 떨어진건지 계속 보기가 힘들다. 계속 한국방송만 보게 되는데... 듣기실력을 늘리려면 퀘벡 방송도 좀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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