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리 딸이 시험 통과 못했대!"
"지금 중학생이지?"
"응, 아휴, 많이 속상해 하겠다..."
크리스틴이 휴대폰 화면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에 나도 이번에 내 과학숙제 점수가 생각났다.
"크리스틴은 친절한 엄마네. 딸 기분도 생각해 주고... 보통 아시아 엄마들은 시험점수 떨어지면 혼내거든."
"그래?"
크리스틴은 내 말에 대충 대답하고는 계속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딸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사실보다 딸의 기분을 살피다니. 크리스틴이 친절하기도 하지만 문화가 다른 것 같다.
캐나다 퀘벡은 시험성적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한국에 비하면 훨씬 관대하다. 보통 65-70점 넘으면 그냥 잘 했다고, 통과했으니 축하한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데... 내가 학원 강사를 했었으니 알지만, 자식들의 성적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이렇게 열렬한 나라도 드물 것 같다.
"시험에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 수업을 한번 더 들어야 해?"
"음, 다음 시험이랑 과제 점수에 따라서 다르지. 다음에 잘 해야 해."
누구나 시험성적이 안 좋게 나오면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내가 학생일 때는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경쟁이 너무 심해서 그런 게 아닐까?
무엇보다도, 한국에서는 한번 시험성적이 나오면 그걸 고칠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치명적이다. 고등학교 1학년 성적이 대학을 좌우한다는 말도 있고... 그게 과장이 아니라 정말이라 더 힘들다.
나는 퀘벡에서 과학수업을 이수하면서 시험성적에 대한 부담이 많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점수가 너무 낮게 나오면 선생님이 한번 더 기회를 줘서 수정하게 하고, 가끔씩 점수를 다시 올려주는 적도 있었다.
이게 성인을 위한 중고등학교 과학 수업이라서 더 관대한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수만 하면 되니 점수에는 신경을 안 쓰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실패해도 다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야 좀 더 들지만, 실패가 낙인처럼 찍혀서 오래 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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