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을 확인하니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 일년 구독료가 자동으로 오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끊기로 결정했다. 거의 안 읽으니까...
원래 대학생 때 번역 공부한다고 학원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취미로? 뽐내기 위해? 부자인 척 하고 싶어서? 구독을 하고 있었다. 뽐낼 것도 없지만. 사실 이코노미스트는 부자들이 읽는 잡지라고 해서 읽었다. 2020년부터 꽤 오래 구독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결론은 부자가 되었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새로운 기사가 와도 대부분 읽지 못했다. 하지만 이 잡지를 정말 매일 꾸준히 읽는다면 부자가 될 수 있을거라 믿는다. 그 정도 끈기와 집중력과 머리라면 뭘 해도 성공할 것 같다.
이번에 오른 구독료가 캐나다 달러로 1년에 235달러다. 구독을 끊으려고 했더니 취소버튼이 없고 담당자와 채팅이나 전화를 해야만 끊을 수 있다.
채팅이 시작되고 아무 말도 입력하지 않으니 갑자기 뉴욕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야 놀래라. 뉴욕에서 전화가 오다니!
구독을 끊고 싶다고 몇번이나 말해도 상담원은 자꾸 유혹을 한다.
- 어떤 기사가 제일 흥미로웠나요?
- 어, 그게, 요새 안 읽어서 몰라요! AI 관련 기사는 좀 재밌던데. 아무튼 요새 안 읽으니 끊을 거예요.
- 2020년부터 구독하셨는데 아깝지 않으세요? 구독취소사유에 너무 비싸다고 입력하셨는데, 저희가 30%할인 해드릴게요.
- 아뇨, 괜찮습니다.
- 그럼 에스프레소 앱으로 보는 건 어떠세요? 한달에 9.9달러밖에 안 해요.
- 음... 아뇨, 괜찮아요. 그래도 고마워요.
- 제가 좀 더 유혹해도 될까요(Let me tempt you more). 전체 50%할인까지 해드릴게요. 일년 구독료 160달러고, 한달에 13달러밖에 안 해요.
Let me tempt you more, 하며 내민 50프로 할인 카드에서 정말 망설여졌다.
그런데 문득 작년에도 할인 혜택을 준 게 생각났다. 그땐 1년 구독료를 70달러로 깎아줬었는데, 이번엔 160달러? 에이, 더 할인해줄 수 있는 거 아냐? 이런 마음에 한번 더 거절했다.
- 아니요. 괜찮아요.
라고 하니 상담원은 더는 할인혜택을 줄 수 없었는지 단번에 구독취소를 처리해 주고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연락이 끊어졌다. 곧 구독취소 메일이 오고, 50% 할인 프로모션은 유지해 줄 테니 생각이 바뀌면 다시 연락을 달란다.
갑자기 툭 끊어지니까 어쩐지? 구독을 다시 하고 싶어진다. 얘네 밀당 뭐야? 고수네...
돌이켜 생각해보니 확실히 예전보다 영어실력이 많이 늘긴 늘었다. 학원에서 기사 프린트해서 모르는 단어 줄치며 사전 찾아가며 기사 하나 한 시간 읽을 때 생각하면... 지금은 5분~10분 안에 읽으니까 읽는 속도나 어휘력이나 머리 쥐어짜며 공부할 때보다 늘긴 했다. 모르는 단어는 그냥 패스하고 문장 해석 안 되는 것도 그냥 패스하긴 하지만... 5년차 구독 짬바 어디 안 간다 이거야.
구독 다시 할까???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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