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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나의 녹내장 치료 후기 - 코헨박사와 시야 회복

by 밀리멜리 2024.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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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녹내장을 진단받은 지 벌써 10년째다. 시야가 회복되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후기를 쓴다.
 
10년 전, 고도 근시가 있어서, 라식 라섹 상담이나 받아볼까 하고 간 병원에서 의사가 말해 주었다.
 
"음... 라식이나 라섹은 안되겠는데요. 안압이 높고 시야 결손(시야가 좁아짐)이 있어요."
 
이 말을 듣고 그게 녹내장이라는 걸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막막했다. 안압이 높아서 시신경이 쇠퇴하는 증상. 인터넷을 둘러보니 녹내장은 퇴행하기만 하지 시신경이 좋아지지는 않는단다. 실명을 예방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데. 인터넷에는 전부 우울한 소식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는 대학병원을 다니다 매번 똑같은 치료가 반복되니 집 앞의 안과를 다녔다. 다행히 자기 전 안약 한 방울씩만 넣으면 관리가 되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안약을 계속 처방받아오다, 몬트리올로 이민을 왔을 땐 난감했다.
 
캐나다에서는 병원 찾기가 정말 쉽지 않다. 보통은 주치의가 있어야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치의를 찾으려면 영주권이 있고, 의료카드가 있어야 하고, 그제야 기나긴 웨이팅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웨이팅리스트에서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몬트리올의 레딧 커뮤니티를 찾아보니 어떤 사람은 1~2년, 어떤 사람은 10년이 넘게 걸린다고도 한다. "의사와 친구가 되는 게 제일 좋다"라는 글에 "그것도 조언이라고 하냐"라는 답글이 달렸다. 
 
나는 일단 한국에서 쓰던 안약(잘라탄)을 뭉터기로 가져와 냉장고에 보관해서 썼다. 안약이 다 떨어지면 의사와 영상통화를 해서 처방을 받아 캐나다로 배송했다.
 

 
영주권과 의료카드를 만들고 나서, 이제는 캐나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아 일단 병원 리스트와 의사를 리서치했다.
 
맨 처음으로는 몬트리올의 쥬이시 제너럴 병원(유대인 병원)으로 향했다.
 
몰론 의사가 없었다. 일단 그곳에서 만난 접수직원에게 녹내장을 진단받았다고 말했더니, 친절하게도 내 파일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의료카드와 내 정보를 쓰고, 접수직원이 내 파일을 팩스로 보냈다. 그러면서 안과 진료를 하는 5개 병원의 리스트를 주었다.
 
접수직원이 하는 말은 솔직히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일단 내 파일이 다른 병원으로 보내졌고, 리스트를 받았다는 것에 만족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리스트에 있는 5개 병원 중 3 곳을 돌며 또 내 파일을 만들었다. 
 

 
그리고 몇 달 후 마침내, 맥길 대학병원에서 코헨 박사가 내 진료를 봐주겠다는 연락과 함께 예약 일자가 잡혔다.
 
인터넷을 조사해 보니 코헨 박사는 녹내장 분야의 전문가이고, 최신 연구논문도 많이 내 상도 받고, 뉴스에도 자주 나오는 유명한 의사였다.
 
녹내장이 나을 수 없는 병이라 믿어서 우울했던 나를 확 뜨이게 해 준 분이다.
 
"녹내장은 안 낫는 병이 아니에요. 시신경이 회복될 수도 있어요."
"정말요?"
"25퍼센트는 낫는다는 통계가 있어요. 환자분은 젊으니 더 좋죠. 여기 환자분들 노인이 많거든요. 설명하자면 너무 기니 웹사이트를 한번 살펴보세요. 병원을 안 다니는 동안 안약은 잘 넣었나요?"
"네, 한국에서 처방받아서 매일 넣었어요."
"오, 정말 잘했네요!"
 
그리고 내 검사 결과를 지긋이 보더니, 코헨 박사는 안약을 바꾸어주었다.
 
내가 그 25퍼센트가 될 수 있을까 하고 희망적인 마음이 들었다. 몇 달을 기다린 진료가 5분만에 끝났다.
 

 
6개월 후 다음 진료를 받았을 때는 아무 변화가 없다고 나왔다.
 
"음... 약을 바꿔도 큰 변화는 없었네요, 그래도 좀 더 지켜봅시다."
 
나는 이런 질문을 했다.
 
"좀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라거나, 먼 곳을 보라거나, 핸드폰을 하지 말라거나, 눈운동 같은 걸 하라는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다.
 
"음... 그냥 하고 싶은 걸 해요! 영화를 실컷 보든지. 하하하하! 근데 정말이야, 하고 싶은 거라면 아무거나 해도 좋아요. 편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영화를 보라니. 정말 예상치도 않은 대답이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녹내장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하는 것, 해야 할 것 때문에 복잡하던 머리가 그냥 쓱 가벼워졌다. 내가 뭘 하려고 애쓰지 않고 그냥 믿고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2년간 진료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매번 똑같은 약, 똑같은 검사였다.
 
그래도 매일 잊지 않고 안약 넣기, 일주일에 세번 운동(달리기/수영)과 매일 명상하기, 가끔 안경 벗고 산책하기를 실천했다. 
 

 
그리고 코헨 박사의 진료를 받은 지 3년이 되었는데, 아무리 의사가 좋은 의사여도 의료 시스템은 어쩔 수가 없는지 1년 반동안 예약이 되지 않아 한동안 진료를 못 받았다. 그래도 처방약은 계속 받아서 꼬박꼬박 안약을 넣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뭔가 시야가 좀 변했다는 걸 느꼈다.
 
아마 작년 겨울 11월, 연속 4일간 밖에 나가서 파업 행진을 할 때부터였던 것 같다. 녹내장이라고 시야가 손상된 부분이 검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시야가 없는 부분은 뇌가 제멋대로 만들어낸다. 그래서 녹내장을 감지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이날은 뭔가 다르게 보여서 불편했다.
 
덜컥 겁이 났다. 녹내장이 더 안 좋아진 건가? 12월 마이애미 여행을 갔을 때도 또 뭔가 다르게 보여서 또 걱정을 한바가지 했다. 아무리 봐도 더 좋아진 건지 더 나빠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병원에 연락해서 진료를 잡아달라고 서너번 재촉을 했다.
 
2개월 후에야 진료예약이 잡혔고, 드디어 새로 시야검사를 했다.
 
더 안좋아졌다는 말이 나올까 조마조마했는데, 뜻밖에도 코헨 박사가 환하게 웃었다.
 
"박사님. 제가 요즘에 시력이 좀 변한 거 같아서요..."
"아냐, 시력은 그대로인데!"
"아, 시력이 아니라 시야요."
"검사결과 보니까... 왼쪽은 그대로고, 오른쪽은 시야가 70%까지 회복이 되었네요."
"와, 정말요?!"
"응, 잘됐네."
 
코헨 박사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으쓱 했다. 나는 너무 기쁘고 놀라웠는데, 코헨 박사는 그냥 일상적인 일처럼 말했다.
 
"역시 그 안약을 쓰는 게 맞았어. 환경이 잘 갖춰지면 몸은 회복하기 마련이에요."
"아, 정말 고맙습니다. 박사님 진료를 받아서 정말 행운이네요."
"아하하, 또 그런 친절한 말을 해주니 고마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운동을 하고, 행진을 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하루 종일 밖에서 걷고 먼 곳을 바라보니 도움이 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의사선생님은 약 바꾼 게 제일 컸다고 하시겠지만.)
 
 
코헨 박사의 홈페이지: https://www.supereyeca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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