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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휴가도 빽빽하게 채우는 내 보스

by 밀리멜리 2024.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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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봄비가 내린다. 공원이 훨씬 초록색이 된 것 같다.

 

어제 보스 이사벨이 휴가에서 돌아왔다. 이사벨과 함께 점심을 먹고 내 루틴대로 공원산책을 같이 했는데, 산책에도 사람 성격이 보이는 것 같다. 

 

보통 나디아와 함께 산책할 때는 그냥 발길 가는 대로 가는 편이다. 가다가 너무 추우면 돌아오고, 기분 좋으면 좀 더 걷고. 그런데 이사벨은 바빠서 그런지 산책할 때도 정신이 없었다. 나디아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어제는 이사벨이랑 산책을 했는데 말이야."

"응, 그랬어?"

"이사벨은 산책도 일하는 것처럼 해. 마음이 바빠서 그런가 봐."

"하하, 뭔지 알겠다."

"열정이 넘쳐서 공원 여기저기 많이 걸었거든? 근데 또 많이 걸으니까 오후 회의에 늦을까 봐 자꾸 시간 확인하고. 좀 마음졸여 하는 것 같더라."

"맞아, 맞아. 시계 보면서 인상 쓰거나 하잖아."

"그래도 이야기는 많이 했어. 여름휴가계획 이야기를 했는데, 어쩜 여름휴가도 꽉 차 있더라."

"어떤데?"

"쉬는 날이 하나도 없고, 퀘벡 멀리 자전거 여행을 떠난대. 가는 데 300km, 오는 데 300km 자전거 탄대."

"헉! 세상에!"

"내가 감이 안 잡혀서 몇시간이나 자전거 타고 달려야 하냐니까, 6일동안이래."

"그게 휴가야??"

"그치? 근데 그게 성격인가 봐. 난 일할 때만 그런 줄 알았는데... 휴가도 일처럼 보내는 가 봐."

 

타이트한 스케줄이 일상이었을 줄이야. 나랑 정반대인 상사다.

 

덕분에 내가 부족한 부분을 많이 배우고 있다. 나는 꼼꼼함이 부족해 대충 지나쳐 실수할 때도 있고, 계획도 설렁설렁 짜는 편인데. 나와 정반대인 상사를 만나서 꼼꼼함과 계획성을 어느 정도 기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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