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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힘이 되어주는 옛날 동료들 - 사무실에 놀러 가다

by 밀리멜리 2024.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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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옛날 이웃이었던 동료들 사무실에 초대를 받았다. 이전 보스 쟝의 생일이어서, 함께 점심 회식을 하기로 했다.

 

여기는 지하철 거의 끝부분에 위치한 북쪽 사무실이다.

 

초행길이라 두리번두리번거리다 건물에 들어왔는데, 잠겨 있어서 지나가는 직원에게 열어달라고 부탁을 해야 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동료들이 회의준비를 하고 있다.

 

"안녕!!!"

"안녕~ 오랜만이야! 잘 왔어. 드디어 네가 북쪽 사무실에 왔구나. 우리는 회의할 테니까 내 사무실 잠깐 써. 그리고 점심에 같이 회식 가자."

 

나시마가 선뜻 자기 사무실을 내주었다.

 

 

"오, 여기 좋다."

"그치? 여기는 병원 냄새가 안 나잖아. 좀 낡긴 했지만."

"하하하하! 그러네!"

 

나시마가 말한 '병원 냄새'를 솔직히 나는 느끼지 못한다. 아무 냄새 안 나는데?

 

일단 소독약 냄새라면 뭐 그럴 수 있겠지. 손소독제가 다섯걸음마다 하나씩 있으니까 뭐.

 

 

그런데 나시마가 말한 병원 냄새가 실제 냄새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병원의 그 바쁜 분위기를 말하는 걸지도.

 

병원에서 일하면 뭔가 마음이 너무 급하고 허겁지겁 허둥지둥 하는 느낌인데

 

여기는 엄청 낡고 오래되었지만 차분한 느낌이 든다.

 

덕분에 집중이 잘 되어서 꽤 일을 많이 했다.

 

 

회식 레스토랑에 가서 여기 사무실이 좋다는 얘기를 했다.

 

"병원처럼 바쁘지도 않은 게 진짜 좋다."

"그치만 난 별로야. 난 병원의 카페테리아가 좋더라. 여기는 식당이나 카페가 너무 멀어."

"아, 그렇긴 하네."

 

크리스틴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북쪽 사무실이 영 맘에 안 든다고 예전부터 얘기한 적이 있다. 확실히 병원의 널찍널찍한 공간에 비하면 여기는 좁고 낡은 편이다.

 

다 장단점이 있네.

 

 

베트남 식당의 팟타이!

 

그럭저럭 괜찮은 맛이었다. 

 

계산하려는데, 나시마가 캐셔에게 내 껄 자기가 계산한다고 먼저 말해버렸다.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내가 너 초대했잖아, 여기까지 먼길 오느라 고생했어. 그러니까 내가 너 사줄게."

"고마워...!"

 

나시마가 내 식사를 사주다니... 정말 고맙다.

 

퀘벡에서는 동료 사이에 식사 사주는 일이 거의 없다. 일년에 한두번, 생일날 생일 선물 대신으로 사주기나 할까?

 

그러니까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쟝과 새로 온 동료들. 출산휴가를 간 마리와 임원이 된 프랑스의 자리를 이어받은 동료들이다.

 

쟝에게 슬쩍 행정스페셜리스트는 안 구하냐고 물어봤다.

 

"이프레옌이 하던 행정 스페셜리스트는 이제 안 구해요?"

"아, 그 자리는 이프레옌이 은퇴하고 없어졌어. 그 예산으로 임원 자리를 만들었거든. 지금 프랑스가 하는."

"그랬군요."

 

은근슬쩍 행정스페셜리스트에 지원해 이 팀에 계속 있고싶다는 작은 가능성은 아예 없어지게 되었다.

 

이런이런. 자리가 아예 없었구나! 혼자서 김칫국을 마셨네.

 

 

이 팀원들은 내가 처음으로 만난 동료들이라 그런지 애착이 많이 간다.

 

내가 프랑스어를 어버버하며 한두마디도 못할 때부터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다.

 

 

오후는 집에서 일하기로 했다. 나시마의 사무실을 더 차지하기 민망해서... (정작 나시마는 상관 안하고 자기도 집에가서 일하려는 것 같지만)

 

동료들을 만나고 오니 정말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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