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시험을 치러 가는 길.
블로그에 과학시험 보러 간다는 이야기를 꽤 많이 쓴 것 같은데, 아무튼 이제 정말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이번 시험은 마지막 랩 시험.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에 이론시험을 보면 이제 고등학교 과학공부는 정말정말 끝이다. 휴!
근데 복습을 많이 못했다. 주말에 좀 미리 공부했어야 하는데.
마지막 시험이자 마지막 수업이니 랩 선생님과 과학 선생님에게 작은 카드를 썼다. 이 카드를 받고 예쁘게 봐주셔서 점수를 잘 주실 거란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하지만(!) 솔직히 하긴 했다. 시험도 사람이 채점하는 건데 아무렴 감사카드 쓴 학생의 점수를 더 잘 주지 않을까? 아니면 말고.
그래도 카드를 받고 좋아할 선생님들의 얼굴은 기대가 된다.
시험은 어땠냐면, 사실 망했다.
산성용액을 희석해서 pH가 각각 다른 용액 3가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마 같은 걸 넣어버린 것 같다.
마지막에 지시약을 넣으면 짜잔 하고 핑크색 노랑색 노랑색이 나와야 하는데 3개 전부 노랑색이 나왔다.
와이라노 와이라노
선생님이 내 시험관 용액을 보더니
"너 이거 제대로 넣은 거 맞니? 그냥 들이붓기만 하면 되는데..."
"제대로 넣은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요..."
선생님이 다시 휘릭 하고 용액을 붓더니 바로 핑크색이 나왔다.
"음, 실험실 용액이 잘못된 건 아니네. 어쩔 수 없지. 이걸 그냥 네가 만든 거라고 치자. 만드는 과정은 다 맞았으니까. 어쩌다가 용액이 오염되었을 수도 있고..."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아무튼 선생님이 봐줘서 다행이다.
이건 대실수인데??!! 하지만 다행히 탈락은 면할 것 같다.
시험지를 제출하고 랩실 선생님에게 카드를 드렸다.
"세상에! 날 주는 거야? 고마워. 나중에 혼자 있을 때 읽을게. 과학선생님도 좋아하시겠다. 이런 기회가 잘 없거든."
"잘됐네요. 이제 마지막이고 하니까 고마워서요."
"아, 이제 끝이야? 더 상급과정은 안 듣고?"
"컬리지 가려면 일단 여기까지가 끝이에요. 혹시 나중에 더 필요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래, 아무튼 지금까지 잘 했어. 앞으로도 잘 할거야."
"고마워요!"
카드를 보고 활짝 웃는 랩실 선생님.
솔직히 랩실 선생님은 되게 예민하고 조급하신 분이라 시험칠 때마다 압박감이 느껴졌는데, 그래도 되돌아 보면 고마운 사람이다. 랩 실험 도중에는 선생님이 대놓고 짜증을 낸 적도 있지만, 일단 세션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험에 중요한 팁을 알려주거나 다정하게 개인적인 얘기를 한 적도 있다.
시험이 끝나고, 털렁털렁한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위 사진들은 모두 시험이 끝나고 찍은 사진들인데, 랩실 오는 길이 이렇게 예쁜 줄 처음 알았다.
날이 따뜻해서 그런가, 아님 시험이 끝나니 새롭게 보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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