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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쎄라비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by 밀리멜리 2024.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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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나디아랑 나왔다.

 

이리저리 골목으로 나갔더니 슈퍼마켓이 보여 들어갔다.

 

"오, 이거 봐. 체리가 4달러밖에 안 한다. 이거 살까?"

"그러자."

"놔둬, 내가 사줄게."

 

하고 나디아가 내 체리 봉지를 뺏어다가 계산대에서 계산을 해버린다.

 

그걸 왜 사주냐고 해도 이미 늦었다.

 

이런 건 꼭 한국사람 같다. 나디아는 알제리 사람인데... 

 

 

아무튼 고맙습니다!

 

덕분에 간식으로 체리를 듬뿍 먹게 생겼다.

 

회의실 냉장고에 두고 한주먹씩 꺼내 씻어 먹었다.

 

나디아는 아무튼 저번주까지만 해도 피곤한 모습이더니, 사직서를 내고 나서부터는 아주 표정이 밝다.

 

 

물론 나포함 다른 간호사들도 다들 아쉬워한다.

 

나디아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일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디아의 퇴직 희망 소식을 들은 간호사들도 점심을 함께 먹으며 말한다.

 

"너 떠난다고? 아, 그거 안 좋은 소식이네."

"여기 일에 익숙해지고 간호사 팀하고도 많이 친해진 건 사실이지만, 좀 힘들긴 해."

"저번에 있었던 일 때문인 거야?"

"하루만에 결심을 한 건 아니고, 이전부터 조금씩 쌓여왔던 게 있지. 그리고 난 대체직이라 바로 그만둘 수 없고, 퇴직 신청하고 3개월 기다려야 해. 길지?"

"아니, 너무 짧은데! 더 있었으면 좋겠어. 그치만 너 가는 것도 이해한다. 그리고 삶은 계속될 테지."

"그렇지, 계속되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이곳 사람들은 프랑스어로 "쎄라비! (C'est la vie, 그게 삶이지)"라고 하거나, "라비꽁티뉴 (La vie continue, 삶은 계속된다)" 라고 한다.

 

삶에 원치 않은 변화가 있을 때마다 힘들다고 느끼지만, 그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야겠지.

 

나도 나디아가 떠난다고 해서 아쉬웠다. 그치만 별 말은 하지 않았다.

 

좋은 산책친구가 없어지고 나디아의 일이 내게 넘어와 힘들겠지만, 그게 싫다고 해서 내가 뭐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제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었는데,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란다. 그건 욕심이고, 욕심이 생기면 괴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냥 쎄라비 하고 넘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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