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동생이랑 자주 전화를 한다.
왜 진작 이렇게 자주 전화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전화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
통화하다가 심리상담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는 둘 다 스트레스 받아도 무감각한 것 같아. 괜찮다 괜찮다고만 그러고. 그런데 내 주변사람들은 스트레스 받으면 그걸 잘 알고 바로 상담예약을 잡더라고. 그게 더 건강한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렇다.
심리상담은 예전부터 한번 받아보고는 싶었는데...
그러다 나도 우연히 상담을 받을 기회가 생겼다.
병동이 문을 닫으면서 간호사들의 불만이 심해지고 그 대책으로 상담심리사가 아예 병원에 방문했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가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알면서도 계속 망설이고 있었는데, 며칠 전 아침 이사벨이 그냥 날 데리고 가서 심리상담사를 소개해 줬다.
그렇게 얼떨떨하게 예약을 잡았다.
"상담하면, 뭘 말해야 하지?"
"그냥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아무거나 말하래. 그러면 상담사가 알아서 캐치할 거래."
"그래?"
그리고 어제 오후, 상담사와 한시간 동안 상담을 했다.
신기하게도, 상담사가 뭘 묻지 않아도 주절주절 뭔가 많이 떠들었다.
상담사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지금은 impussance (무력감) 느끼고 있네요. 이런 상황에서 정답은 없어요. 어떤 것도 해결책이 될 수는 없거든요."
"상대와 대화할 때, 어떤 해결책을 주려고 하지 말고 그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인정해 주세요."
"뭘 꼭 해내야 할 필요는 없어요. 그게 목표라고요? 목표로 삼지 않아도 돼요. 그냥 가만히 있어도 괜찮으니까요."
"그룹보다는 1:1 대화를 좋아하는 타입이네요. 꼭 그룹대화에 끼어서 대화를 주도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내향적인 성격이면 그건 그런대로 아름다우니까 애써서 사람들이랑 꼭 어울리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친구가 필요하다면 어떤 취미활동에 등록해 보는 것도 좋아요."
"고국을 떠나 낯선 나라에서 적응하고, 언어도 배우고, 일자리도 찾았네요. 변화가 힘들었겠지만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네요."
금쪽상담소를 자주 봐서, 그런 드라마틱한 상담을 기대했었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나도 지금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꾹꾹 눌러왔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예전부터 하던 고민을 계속 늘어놓았다.
이게 뭐 효과가 있는건가 반신반의했지만, 신기하게도 하룻밤 자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여름휴가 시즌이 끝나고 또 상담을 받기로 했다.
마음이 가벼워지니 정말 좋네.
내 동생, 이사벨, 상담사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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