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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한국 사람이 번데기 먹는 게 뭐 어때서?

by 밀리멜리 2020.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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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회화 수업시간에 각 나라별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영국 음식은 맛이 없어. 피시 앤 칩스 말곤 뭐가 있어요? 블러드 소시지?"

"러시아 사람들은 무섭지 않아? 도수 높은 술을 좋아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을 보면 항상 영화 <대부>가 생각나."

"멕시코 사람들은 죽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

"멕시코는 그런데, 위험하지 않아요? 마약 카르텔이라든지..."

 

고정관념 지도. 중국은 슈퍼마켓, 인도는 카레, 한국은 삼성이다.

 

누군가 한국에 대한 편견은 뭐가 있냐고 물었을 때, 나는 조금 긴장했다. 뭘 말할까 고민하다가,

 

"한국 사람들은 빨리 빨리,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

"와, 그건 참 좋은 일이다. 난 효율적인 게 좋더라구. 그치만 우리 모로코 사람들은 그저 느긋해서 뭘 빨리 하려고 하질 않아. 난 빨리 빨리 하는 거 좋아."

"그럼 넌 한국 오면 좋아하겠다. 나도 여기 행정 처리 너무 느려서 놀랐어. 서류 하나 받는데 무슨 6주가 걸려? 한국이면 30분이면 받을걸?"

"너한테는 그게 느린 것일수도 있겠다! 우리는 이 정도 느린거면 보통이야, 괜찮아."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고, 재미있는 것도 있다. 그러다 중국은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중국 사람들은 아무거나 다 먹는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 말이 있잖아, 중국 사람들은 의자 빼고 다 먹는다고."

"맞아, 중국에서 번데기나 곤충 튀김을 보고 놀랐어."

 

곤충을 먹는 것을 놀랍다고 생각하길래, 내가 바로 말했다.

 

"한국 사람들도 메뚜기를 먹기도 했고, 번데기도 먹었는걸?"

"정말? 번데기를 먹는단 말이야?"

"응, 통조림으로도 나오고, 술 마실 때 같이 먹기도 해."

 

번데기 이야기에 다들 놀라는 것 같았다. 뭐 그리 놀랄 일인지? 미래엔 전 세계에서 다들 번데기를 먹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할 때, 한국 사람들은 번데기를 먹는다는 말을 하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다. 비록 가난했기 때문에 먹었던 음식이지만, 지금도 계속 먹고 있다.

 

한국을 객관적으로 보면 정말 신기한 나라다. 나라 면적은 엄청 작아서 프랑스의 1/6도 안되는데, 인구는 5천만이 넘는다. 40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는데, 지금은 전세계 부자 랭킹 10위권의 강대국이다. 번데기의 조리법을 갖고 있다는 건 오히려 자랑할 만한 일이다.

 

곤충 가루. 한국 돈으로 만 삼천원 정도이다.
슈퍼푸드 코너. 헴프씨드, 캐슈넛, 치아 씨드 옆에 귀뚜라미 가루가 있다.

 

나는 정말 10년 후 쯤이면 모두가 곤충을 먹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곤충이 말 그대로 미래의 식량이기 때문이다. 식량난 때문에 곤충을 먹게 되기도 하겠지만, 영양가가 정말 높기 떄문이다. 너무 좋은 음식이어서 퀴노아, 아보카도, 치아 씨드 같은 웰빙 음식, 슈퍼 푸드로 이름을 날릴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귀뚜라미 가루를 먹느니 우리나라 번데기 요리가 나을 텐데. 번데기 먹는다고 놀라다니, 참 나약하기는. Winter is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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