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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몬트리올 예술의 전당, 플라스데자(Place des arts)의 겨울 정원

by 밀리멜리 2020.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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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의 플라스데자(Place des arts)라는 곳은 서울의 예술의 전당 같은 곳이다. 오케스트라, 발레, 오페라 등의 굵직굵직한 예술 공연은 이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재즈 패스티벌이나, 아프리칸 뮤직 축제, 코미디 축제나 원주민 음악 축제가 해마다 열려 여름에는 무료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작년 플라스데자의 재즈 페스티벌

물론 올해는 그런 페스티벌들과 공연들이 모두 취소되었지만 크리스마스의 축제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다. 연례 크리스마스 공연인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은 인터넷으로 무료로 볼 수 있다.

 

축제마다 사람들과 먹거리 스탠드, 맥주 파는 사람들을 모이게 했던 플라스데자 앞마당은 사람이 없어 휑해졌지만, 대신에 예쁜 겨울정원(Le jardin d'hiver)과 LOOP라는 조형 전시물을 설치해 놓았다.

 

조형 설치물 LOOP

위 사진과 같은 장소이다. 이 놀이기구처럼 생긴 동그란 설치물은 LOOP라는 이름이 붙은 조형물이다. 재미있는 놀이기구이자 예술설치물인데, 안에 들어가서 중간에 있는 바를 당겼다 밀었다 하면 설치물이 빙그르르 돌아간다. 각 설치물마다 제각기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고, 설치물이 돌아가면서 움직이는 그림을 볼 수 있고, 음악이 나오고 조명이 나온다. 밤에 보면 더 예쁠 것 같다.

 

일단 아이들이 무지 좋아하긴 하지만, 이웃에 사는 아저씨인 산드로도 이 조형물을 보고 엄청 좋아했다고 한다. 이곳에선 보통 이웃이라면 반말을 한다. 직장 상사한테도 반말을 하니, 이웃 주민이 정말 고령의 노인이 아닌 이상 다들 반말을 한다.

 

"밀리, 플라스데자에 그 루프 봤어?"

"아! 봤어. 예쁘더라. 밤에 보면 더 이쁠 것 같아, 조명도 나오고 음악도 나오고."

"그치!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던데. 나같은 아저씨도 타고 엄청 신났었다구."

"그런 건 아이들한테 좀 양보해 줘!!"

"왜, 이런 건 모두를 위한 거라고! 다들 즐겨야지."

 

플라스데자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이 각 조형물들을 맡아서 소독하고 있었다. 이렇게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이 하얀 양말을 신은 까만 강아지가 너무 귀여웠다. 뒤따라오는 꼬마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이렇게 말했다.

 

"아빠, 아빠, 저기 강아지 있어. 작은 강아지. (Papa, papa. Y a un chien, un petit chien.)"

"어 그래, 만지지 마라, 응? (Ouais, ne le touche pas, hein?)"

 

강아지도 꼬마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아이들은 신이 났다.
겨울 정원의 트리

바로 옆에는 겨울 정원이 꾸며져 있다. 트리가 있고, 작은 오두막들 안에는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전시되어 있다.

 

 

 

오두막 안 크리스마스 장식
올드 몬트리올 모형

퀘벡 사람들은 가톨릭이든 기독교든 종교적인 것은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는 엄청 좋아한다. 아마도 크리스마스에는 모두에게 적어도 2주간의 휴가가 주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직업에 따라 6주간의 휴가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 이 2주간의 휴가는 법적으로 보장된 것이기 때문에 이때만큼은 종교적인 것들을 수용하는 것 같다. 놀 수 있다는데, 뭐든 받아들일 수 있고말고!

 

퍼포먼스를 벌이는 커플

이 오두막 장식 앞에서 어느 커플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었다. 여자는 검은 히잡을 쓰고 있는데, 남자는 유대인처럼 생겼다. (확실하진 않다...) 하지만 만약 이 남자가 유대인이라면, 이 커플은 정말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것이다.

 

유대교의 남자와 이슬람교의 여자, 이 지구의 반대편에서는 바로 그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종교갈등 때문에 아직도 큰 전쟁과 테러가 벌어지고 있다. 기독교 축제인 크리스마스에 유대교인 남자와 이슬람교의 여자가 사랑하는 모습이라니, 이거 정말 '세계 평화'에 관한 퍼포먼스가 아닌가 싶다. 

 

겨울 정원. 여기에도 강아지가!!!
공연장 앞의 겨울정원
어두워지면 파란 조명을 켠다.
공연장의 고드름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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