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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

영어강사가 본 영어 잘하는 아이들의 특징

by 밀리멜리 2020.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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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금쪽같은 내새끼>를 자주 시청하며 여러 생각이 든다.

 

모든 회차를 다 시청하진 않았지만, 최근 몇 화만 보더라도 이 프로그램은 교육적이고 메시지가 깊은 듯하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어 공감하고, 아이들이 사회에서 잘 살아나갈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훈육이 곁들여지면 아이들의 문제행동이 금방 사라지는 것이 참 놀랍기도 하다. 물론 TV 쇼이니 어느 정도의 연출과 과장이 있는 건 감안해야 할 테지만, 오은영 박사님 정말 대단하시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경험과 심리 상태가 부모에게서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그런 심리상태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만든다.

 

 

 전 영어강사가 보는 영어 학원 교육

 

영어 학원에는 항상 목표가 있다. 유아 대상의 영어 유치원이든, 초중등 학생 대상이든, 성인 대상의 시험 대비반이든-- 우리나라는 목표 달성이 중요하다. 중간고사 내신에서 100점을 맞는다든지, 토익에서 900점 이상의 고득점을 맞는다든지, 회화를 조금 더 잘하게 된다든지 하는 목표. 학원은 이런 목표 달성을 더욱 쉽게 만들어주는 지름길을 보여준다. 즉, 학원은 그런 목표 달성을 보장해주진 않지만, 어떻게 해야 좀 더 빨리 시험점수를 잘 맞는가 정도는 알려줄 수 있다.

 

그러나 학원은 목표 달성의 방법 제시, 그 이상의 수업을 제공하지 않는다. 학원에 다닌다고 무조건 영어 실력이 상승하지는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중간고사 영어 90점을 맞기 위해 학원에 등록했다면 목표한 성적을 받고 그걸로 만족해야 한다. 영어 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내신도 잘하고, 토익도 잘하게 되고, 일상회화도 술술 잘하게 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건 자신에게 달려있다.

 

 

일단 뭐라도 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학원에 백 명의 학생이 등록했을 때, 그 중에 영어에 특출난 학생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별로 가르친 것도 없는데 12살 주제에 토익 850점을 맞아오고, 14살짜리 중학생이 토플 120점 만점에 가까운 115점을 맞아오는, 그런 특출난 학생들이 백 명중 최소 열 명은 존재한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토익 시험을 보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시간낭비다. 내가 가르치긴 했지만... 이건 논외로 하겠다.)

 

영어 토론을 해도 대본도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술술 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은 나를 1타 강사로 만들어 준 고마운 학생들이지만, 사실 정말 나는 별로 한 것이 없다. 이제 와 생각하니 좀 더 꼼꼼히 봐주었더라면 초고득점도 받을 아이들인데, 담당 학생이 70명이 넘다 보니 과외처럼 신경써줄 수는 없었다. 아무튼, 별로 한 게 없는데 그 아이들은 어떻게 영어를 그렇게 잘 할 수 있었을까?

 

 

 내신 고득점 아이들의 특징

 

중간/기말고사에서 항상 100점을 맞는 아이들은 따로 있다. 이 아이들은 주로 조용하고 뭔가를 열심히 필기하고 있으며, 혹은 딴짓 하는 것 같아 보여도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다. (이것도 참 신기하다. 분명 딴짓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또 기습질문에 대답을 잘하지?)

 

사진 기억법???

이런 아이들은 가끔 내가 한 말을 사진처럼 기억하고 있어서 무섭기까지 했다. 내가 분위기를 환기시키려고 했던 농담이나 떠들고 말 안들어서 힘들다고 지나치며 한 푸념까지 기억하고 있어서, 아이들 앞에선 정말 말조심해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은 수동적인 이해력은 매우 높지만,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할 때는 무척 조심스럽고, '선생님 말이 무조건 맞아!'라는 견해를 갖고 있는 듯하다.

 

물론 선생님 말을 잘 듣고 책을 달달달 외우면 고득점은 당연히 따라오는 게 한국식 교육이니, 그런 아이들은 고등학생이 되고 수능을 보더라도 아마 잘 할 것이다. 굳이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그 아이들에게는 학원이 안정적인 보험 같은가 보다.

 

이런 아이들은 학교에서 전교 상위권에 들지만, 영어 수업이 심화될수록 더욱 어려워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였다. 성격 자체가 조심스럽고 꼼꼼하며 세심하며 과묵하다.

 

 

 영어 잘하는 아이들의 특징 1 - 못해도 괜찮아!

 

앞서 말한 "11살에 토익 850점 맞는 아이"나, "14살에 토플 115점을 맞는 아이"들은 사실 원래 똑똑한 편이고 내신도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이 아이들에게는 내신만 잘하는 아이와는 다른 특징이 몇 가지 있고, 학교 성적이 별로여도 영어만큼은 끝내주게 잘하는 아이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일단 토플이나 토익처럼 자신의 원래 실력보다 한참 어려운 것을 풀게 시켰는데, 무지... 엄청 하기 싫어하지만, 그러면서도 지루하고 싫은 것도 진득하게 할 줄 안다. 솔직히 초등학생 중학생에게 외고 특목고 보낸답시고 토익을 풀게 한다는 것 자체가 좀 어이없긴 하지만, 그게 학부모가 원하는 결과이니 뭐 어쩔 수가 없다. 아무튼, 지루하고 막힘이 있어도 꾸준하게 할 줄 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엉망이어도 괜찮아!

그래서 시험을 쳐보면 처음에는 당연히 성적이 엉망이다. 실력보다 어려운 것을 주었으니,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이 '엉망인 성적표'를 주었을 때의 아이들 반응이 사뭇 갈린다.

 

어떤 아이들은 자신이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지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특히나 라이벌이 있고, 경쟁심이 있는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두 배로 받았다. 뭘 하든 내 옆의 아이가 나보다 잘하는 건 못견디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영어를 쉽게 포기한다.

 

하지만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견뎌내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만 골라서 하는 아이와, 모르고 어렵더라도 도전하는 아이가 있다. 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더라도 영어 말하기는 헤맬 수 있다. 아니, 영어 말하기를 처음 접하면 못하는 게 당연하다. 이때 자기가 못한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잘하는 것만 파고드는 아이는 영어를 포기하고, 설령 꼴찌를 하더라도 재밌어하고 계속 도전하는 아이가 영어도 잘하게 된다. 

 

 

 영어 잘하는 아이들의 특징 2 -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영어를 잘 하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똑똑하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똑똑하다'는 것은 학교 성적이 좋다는 말이 아니다. 이 아이들은 학교나 교과서 공부 밖의 이슈에도 관심을 보이고, 그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요즘 학교에서 비판적 사고 수업을 가르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어려도 세상 돌아가는 걸 다 알고, 그런 시사 이슈에도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할 줄 알았다.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에서 자라나고, SNS를 잘 이용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뉴스를 보는 것보다 빠를 때가 있다.

 

말이 많아야 영어를 잘하고, 과묵하다고 영어를 못한다는 말이 아니다. 말수가 없어도 마음속으로라도 자기 의견이 있는 학생들이 영어도 잘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영어도 잘 한다.

한국어로도 자기 주장이 똑 부러지고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학생들이 토플 점수도 높게 나왔다. 아무래도 할 말이 있어야 영어로도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아이들의 라이팅을 첨삭하다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싶을 정도로 참신한 생각들이 많았다.

 

그래서 언어적 능력이 좋다는 것은 동시에 비판적 사고 능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싫어한다고 딱 부러지게 말함과 동시에 "왜 내가 이것을 좋아하는지" 한국어로도 잘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아이가 영어로도 똑같은 말을 잘한다.

 

아마 이런 능력은 암기력이 아니라 책을 많이 읽어서 길러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어 잘하는 아이들의 특징 3 - 지독한 덕후들이다.

 

덕후라고 말해서 좀 미안하지만, 어딘가에 깊이 심취한 아이들이 영어도 잘한다. 

 

역사 덕후나 과학 덕후가 꽤나 많다. 그런 아이들은 질문하지도 않았는데 세계사 지식을 줄줄 읊는가 하면, 우주나 물리에 관심을 보이고 그걸 내 앞에서 이야기하지 못해서 안달난 아이들도 있다. 꼭 공부 관련이 아니라 게임에 엄청나게 빠져 있는데 외국 스트리머 방송을 많이 봐서 영어를 잘 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은 자기만 좋아하는 '영어 컨텐츠'가 따로 있다. 토익 고득점 12살 아이의 경우 만화 <심슨 가족(The Simpsons)>을 엄청나게 좋아했으며, 토플 고득점 15살 중학생은 영드/미드 덕후였다. 사실 이런 아이들과 수업할 때는 수업 내용보다 만화나 미드 이야기를 더 많이 한 적도 있어서 좀 미안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영어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문제집 한장 더 보는 것보다 더 큰 레슨을 가져간 게 아닐까? (그렇게 믿자.)

 

미국 블랙코미디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이 <심슨 가족>을 좋아한 아이가 내가 본 아이들 중 제일 똑똑했던 것 같다. 심슨은 아동용 만화도 아니고, 미국 문화와 세계 정세를 알아야만 즐길 수 있는 요소도 많다. <심슨 가족> 자체가 사회 풍자 투성이라서 대사 자체가 보통 미드보다 더 어렵다. 심슨을 즐기다니... 정말 보통 아이가 아니었다. 

 

나도 심슨을 좋아했지만 <심슨 가족> 속에 담긴 정치적/문화적 뉘앙스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도 심슨 타령을 해대길래 남는 수업시간에 한 편을 틀어주었더니, 자막도 없는데 풍자하는 캐릭터가 누구인지, 어떤 시대상을 이야기하는지 다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영어 강사로 일하고, 통역일도 해보고 방송국에서 뉴스 번역까지 해봤지만 영어 마스터하기는 아직도 멀었다. 외국에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아직도 공부중이다. 나보다 영어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아이들을 교육했던 입장으로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보았다.

 

다만 이 글을 읽고 영어를 잘하기 위해 굳이 관심없는 <심슨 가족>을 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리고 토플이나 토익에서 고득점을 맞는다고 꼭 영어를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영어를 잘하면 시험점수가 잘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시험 성적보다 진정으로 영어를 잘 하고 싶다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즐길 수 있으며, 할 말이 많은 컨텐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을 좋아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리뷰하는 외국 스트리머의 영상을 보는 것도 좋다. '트위치'나 '유튜브'에는 그런 컨텐츠들이 많다. 외국 영화배우가 좋다면 한 배우의 작품을 여러 개 보거나, 배우 인터뷰를 보는 것도 좋다. 해외 스포츠 해설을 듣는 것도 좋고, 드라마나 영화를 계속 시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즘 K-pop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으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가수나 배우를 다룬 해외 기사나 해외 반응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요점은, 즐기면서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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