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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더글라스 케네디, 빅 픽처 - 프로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던 사나이

by 밀리멜리 202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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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리더기가 고장 난 김에 컴퓨터로 책을 읽으려고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원래는 리디북스 셀렉트를 이용했는데, 밀리의 서재 쪽이 책 종류도 많고 읽는 재미가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를 골라보았다. 예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종이책을 사긴 아깝고, 도서관에서는 구할 수 없었던 책부터 골랐다. 빅 픽쳐는 몇년 전에 한창 베스트셀러 책장을 휩쓴 책인데, 예전에 어떤 중학생 여자아이가 이 책을 열심히 읽는 걸 보고 흥미가 갔다.

 

"그 책 재밌어?"

"뭐, 볼 만 해요."

 

빅 픽처는 제목이 참 매력적이다. 제목만 보았을 땐 주인공을 중심으로 엄청난 음모와 치밀한 계획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은 내용이지만... 사실 주인공은 아무런 계획 없이, 되는 대로 사는 사람이다.

 

 

 빅 픽처 줄거리

 

주인공 벤 브래드포드는 인생의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의 돈 잘 버는 신탁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도 둘이나 있다. 완벽해 보이는 벤의 한 가지 불만은 어렸을 때부터 사진에 대한 열정을 누르고 억지로 변호사가 되었어야 했다는 점이다.

 

변호사 중에서도 최고 수임료를 받으면서도 워라밸까지 잘 지켜지는 그의 삶은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재능이 너무 많았던 탓일까? 벤의 사진 실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정도여서, 벤은 사진가로서 성공하지 못한 자신을 한없이 뒤돌아보고 불만족스러워하며 한숨을 쉰다.

 

변호사로 성공했지만, 사진가를 할 걸...

아내와도 원만한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는 벤의 불만은 엉뚱한 곳으로 향한다. 사진 찍는답시고 허풍을 떨어대며, 별 직업도 없이 유산으로 먹고사는 게리가 그의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그 이후로 벤의 인생은 꼬일 대로 꼬여버리는데...

 

"베스가 정말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네가 네 자신을 싫어한다는 사실이야. 너의 그 자기 연민. 덫에 빠진 양 엄살을 떨어대는 빌어먹을 행동. 사진가로 성공하지 못한 건 그 누구 탓도 아니야. 바로 네 탓이지."


더글라스 케네디. <빅 픽처>

 

 

 사진가의 이야기

 

벤은 사진에 재능도 있고 흥미도 있으며 재력까지 있다. 그가 고가의 사진장비와 고급 카메라를 사는 장면을 읽고 있노라면, 사진 애호가의 장비빨 자랑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인가 싶기도 하다.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받은 니콘, 선물로 받은 라이카도 있다. 희귀한 골동품도 더러 있다. 펜탁스 스포트마틱, 오리지널 이스트먼 코닥 박스 카메라, 코닥 레티나 최초 에디션. 사실적인 저널리즘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하는 오리지널 스피드그래픽, 신형 라이카 M9(5천 달러짜리 라이카 300 수미카론 렌즈를 장착한 것), 라이카 플렉스, 하셀블래드 500 CM, 아주 특별한 풍경이나 인물 촬영을 할 때만 쓰는 체리우드 데오도르프.
캐논에서 나온 신제품 EOS-1NRS였다. 최고급 프로 카메라. 나는 즉시 주문했다. 그 카메라를 당장 사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 카메라 역시 선반에 놓여 있는 시간이 더 많을 테지만 무조건 갖고 싶었다. 그 카메라가 가장 빠른 모터드라이브 시스템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장비를 보유하는 면에서는 늘 첨단이어야 했다. 어쨌든 나는 아직 사진가 지망생이니까. 그 일제 카메라에 세금을 빼고도 2,499달러를 쓸 형편이 되는 사람이니까.

 

정녕... 삶이 불만이신가요, 주인공 씨.

 

 

 

 

 

 

 

 

 프로 사진가의 삶

 

<빅 픽처>에서 엿볼 수 있는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요소는 바로 사진가의 삶이다. 그렇게도 사진가가 되고 싶었던 벤은 무명 사진작가에서 결국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는 유명 포토그래퍼가 되는데, 월드 클래스급 사진가는 어떻게 유명해지는지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1) 무명 사진작가에게 대하는 에이전시의 태도

 

무명인 사진작가가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대형 잡지사에 보내지만, 잡지사의 답변은 차갑기만 하다.

 

"이렇게 나쁜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유감입니다. 바자 캘리포니아 기사 건은 다른 사진가를 쓰기로 했습니다."

"귀하가 일전에 보내주신 사진은 잘 받았습니다. 그러나 <배니티 페어>에서는 의뢰하지 않은 사진은 받지 않습니다. 보내주신 사진을 돌려드립니다."

 

2) 유명 사진작가에게 쇄도하는 러브콜

 

"<타임>지의 사진부장, 뉴욕의 사진 에이전트 세 명, <내셔널 지오그래픽>, <GQ>, <로스앤젤레스>, <배니티 페어> 사진부장들도 내게 연락했다."

"그러니까 전시회를 꼭 열어야 해요."

"주디가 전시회 계약서를 준비하고 이튿날 서명하기로 했다. 전시회 제목을 짓고, 포스터를 만들고, 오프닝 파티도 열고, 미국 대도시의 저명한 '아트 딜러'들도 초대하겠다고 했다."

 

 

 

 진정한 나의 삶은 무엇인가

 

삶에 영원한 만족이란 없는 듯하다. 직장, 연봉, 명예, 가족관계 등등 무엇을 막론하고서라도 우리는 더 나은 것을 원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이 더 행복하리라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새로운 취미를 찾고, 퇴사를 하고, 새로운 직업을 찾고... 어떻게든 지금보다 더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고민하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다른 길을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 삶을 선택한 것이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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