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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제로 독후감 - 우주와 세계관 이야기

by 밀리멜리 2021.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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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지대넓얕 책이 유명한 것은 알고 있었는데 한 번도 읽어볼 기회가 없었다. 1권과 2권이 베스트셀러였고, 이번에 새로 나온 0권도 엄청난 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에선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시리즈로 베스트셀러일까? 왜 그렇게 유명한지 궁금해서 책을 한번 펼쳐보았다.

 

 

 

 

 

 프롤로그부터 강한 충격, 고정관념 뒤집기

 

저자는 지대넓얕 시리즈 중 세번째로 나온 이 책이 왜 <지대넓얕 3>이 아니라 <지대넓얕 0>인지부터 설명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 사회, 예술, 문화 그 모든 것들이 있기 전-- 즉, 문명 탄생 이전의 이야기부터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득히 먼 옛날, 138억 년 전의 시간을 달리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우주의 탄생이 어떠했는지 알려면, 조금 고정관념을 내려놓아야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자인 채사장은, 독자의 고정관념부터 깨 주려고 다분히 노력한다. 이 책을 끝까지 읽기 위해서는 잠시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하는 게 좋다. 그 준비운동으로, 저자는 첫 문장부터 잔인한 코끼리 길들이기 방식을 소개한다.

 

파잔(phajaan)은 코끼리의 영혼을 파괴하는 의식이다. 야생에서 잡은 아기 코끼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둔 뒤 저항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날을 굶기고 구타하는 의식. 절반의 코끼리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지만, 강인한 코끼리는 살아남아 관광객을 등에 태우며 돈벌이의 수단이 된다. 코끼리는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을 테지만, 그들의 영혼은 산산이 부서지고 본능의 심연에서 어렴풋하게 냉혹한 세계를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 엄마를 찾아선 안 된다는 것과, 몽둥이의 고통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코끼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하다. 자유를 향한 자기 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하고,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하는 것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얇고 넓은 지식 제로, 채사장. 프롤로그

 

첫 문장부터 충격적이다. 이 대목을 읽고 깜짝 놀랐다. 관광지 사진들을 보면 돈벌이 수단이 된 코끼리가 정말 많은데, 그런 코끼리들이 아기 때 잡혀서 영혼을 파괴당했다는 것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첫 문단이 정말 강렬했다.

 

아기 코끼리

 

그런데 이런 끔찍한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가 있다. 정말 이 코끼리를 구타한 사람을 나쁘다고 손가락질해야 할까? 하지만 그는 왜 코끼리를 구타해야만 했을까? 어쨌든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도 사실은 영혼이 파괴된 피해자는 아닐까. 하지만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구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영혼이 파괴되었는지 아닌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다.

 

 

 다중 우주, 멀티버스 이야기

 

지대넓얕 제로 - 하이라이트 부분

저자는 초반부터, 우리 우주는 여러 개라는 멀티버스(Multiverse) 이야기를 소개하며 시작한다. 우주 관련 책을 읽어본 적은 별로 없지만, 우주가 여러 개라는 말은 정말 그럴 듯하고 매력적이다. 픽션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시간 여행 이야기나, 평행 우주 이야기를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 '다중우주론' 이야기에도 매력을 느낄 것이다. 나도 시간을 달리는 이야기들이 정말 재미있다. 

 

 

 동양이 보는 우주와 서양이 보는 우주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항상 서양 사상 중심의 이원론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동양의 고전이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다. 뭐가 일체유심조고, 인의예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야? 노자는 뭘 주장한 사람이고, 석가모니는 부처가 되기 전 왜 그런 고행을 했던 거지? 

 

정말 어떤 마음인지 아시겠냐구요...

이렇게 농담 섞인 문장도 있어서 웃긴 대목도 간간히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사상을 설명하는 그림이 너무 신비주의적이라서 저 문장을 쓴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 이 책에서 설명하는 사상 모두를 이해하기는 힘들다. 철학과 수업을 듣지 않은 이상... ㅠㅠ 하지만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동양 사상과 서양 사상의 흐름, 일원론이 무엇이고 이원론이 무엇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각 철학자들이 왜 자기만의 학파를 만들어내고 주장을 했는지 사상의 흐름을 잡을 수 있다. 지루하고 어려운 부분을 좀 견디면서 읽으면, 정말 지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될 것만 같다. 

 

어느 날, 젊은이였던 공자는 이미 팔십 노인이 된 노자에게 물었다.

 

"예란 무엇입니까?"

 

예란 무엇입니까?

노자는 대답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렇게 일침을 놓았다.

 

"너 세상 구한답시고 여기저기 얼굴 알리며 돌아다니고 있는데, 진짜 능력자들은 드러내지 않고 숨어 있다. 그리고 너 교만하고 욕심 많아 보이니까, 앞으로 조심해라."

 

물론 노자가 실제로 말했을 땐 비유를 곁들여 에둘러 말했지만, 노자가 공자보고 욕심 많아 보인다고 쏘아붙인 일화는 재미있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 실제 대화에서 해도 지적일 것 같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철학자들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이 책에는 비밀이 담겨 있다. 우리가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위대한 성현들, 노자, 공자, 석가모니, 소크라테스, 칸트, 예수 등등이 알고 보면 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에 그 표현이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철학자들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감을 잡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읽을 수록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마 윤리와 사상을 배우는 고등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수업 시간에 조금 더 편해질 것 같아서.

 

하지만 이 책은 그 철학자들의 입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아주고 있다. 저자의 가이드를 따라 읽다 보면, 그 해답을 찾게 될 수도 있다. 아울러 지대넓얕 1권과 2권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전에 잠시 재미있는 소설로 머리 좀 쉬어야겠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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