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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캐나다에 와서 새로 알게 되는 라이프 스타일

by 밀리멜리 2021.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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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새로 아파트의 도어맨으로 취직한 노먼이라는 사람은 참 매력적인 사람이다.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할 수 있으며 동그란 금테 안경을 끼고 언제나 깔끔한 양복을 입고 있다. 컨시어지에서 여러 가지 안내 업무와 경비, 택배 수거 등등을 주로 하지만 일이 없을 땐 항상 책을 읽고 있다.

 

원피스의 캡틴 크로와 닮았지만 심성은 무척 선한 사람이다.

노먼이 말하는 어투는 상당히 고급적이다. 특히 그가 프랑스어로 말할 땐 귀족적이라는 느낌까지 준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정중하고 함부로 대하지 않으며, 남의 험담을 하지 않는 대단한 사람이다. 항상 노먼이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는데, 어느 날 열쇠를 깜박하고 밖에서 문을 잠궈버려서 도어맨에게 부탁해야만 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요?"

"안녕하세요, 잘 지내죠. 고마워요."

"미안한 일이지만 집에 열쇠를 두고 나와버렸어요. 문 좀 열어줄 수 있나요?"

"걱정 마세요. 지금 바로 같이 가죠."

 

바쁘게 일하는 사람을 귀찮게 한 것 같아 미안했지만, 곧 엘리베이터 안에서 노먼과 통성명을 하고 친구가 되었다.

 

노먼은 항상 책을 읽고 있다

"책을 참 많이 읽던데, 무슨 책을 읽어?"

"아, 지금 읽는 건 세계의 불균형에 관한 이야기야. 선진국들은 정말 잘 사는데, 어째서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는 그렇게 많은 부패와 부의 불균형이 있는지, 그런 책이야. 하버드 박사가 쓴 건데 정말 좋아!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여러 권 추천해 줄게."

"고마워, 아직 그런 글을 취미로 읽을 정도로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근데 정말 대단하다! 일하면서 그런 심오한 책을 읽는다구?"

"원래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아. 아무튼 이제 일하러 가야겠다. 나중에 또 이야기하자. 즐거웠어!"

"고마워!"

 

노먼은 세계 정세와 환경 문제에 대해 20분 이상이나 이야기했는데, 나는 크게 관심이 있던 분야가 아니라 더 신기했다. 환경이라 해 봐야 재활용을 열심히 하고 비닐봉투나 플라스틱을 덜 써야 한다, 북극곰이 살 곳을 잃고 있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노먼이 알려주는 거시적인 환경 문제는 정말 흥미로웠다.

 

사람들이 환경을 위해 채식을 하고, 건강을 위해 비건 푸드를 먹지만 사실 비건 푸드는 그렇게 건강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신기했고, 대형 농장의 플랜테이션 공법이 그렇게 환경에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농장의 환경파괴도 심각한 문제이다.

"농장에서 수확할 때 쓰는 기계가 얼마나 많은 생물들을 죽이는지 알고 있어? 상상도 못 할 거야."

"그러네... 한국에는 여기만큼 큰 농장은 없지만, 농사 지을 때 살충제를 많이 쓰지. 하지만 무농약 공법도 많고, 대부분 밭 작물을 수확할 때는 보통 손으로 많이 하거든. 그래서 농장이 환경에 해롭다는 건 생소하네. 그런데, 그럼 뭘 먹어?"

"골고루 먹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지. 다만 고기를 먹을 땐 케이지에서 사육되지 않은, 동물 복지가 잘 된 농장의 고기를 받아 쓰고."

"넌 그러면 슈퍼에서 고기를 사지 않아?"

"응, 난 농장에서 아예 고기를 대량으로 사서 얼려놔. 슈퍼보다 두 배나 싸고 신선하면서 맛있어. 다음 주문할 때 알려줄게, 너도 같이 하자."

"오, 나도 그렇게 하면 좋겠어. 고마워. 정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다."

 

직접 농장에서 주문한다고?

캐나다에 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생활에 눈이 트이게 되는 기분이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대면할 수는 없지만, 사는 곳이 달라지니 생각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다만 그것이 더 좋은 방향이기를, 그래서 내 자신이 더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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