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주말알바로만 살아갈 수 있을까?

by 밀리멜리 2021. 1. 7.

반응형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퀘벡 주는 최저 임금이 꽤 높은 편에 속한다. 퀘벡의 2020년 최저임금은 $13.1 캐나다 달러로, 원화로는 11,000 원 정도이다.

 

퀘벡에서는 학생들이 주말에 알바를 많이 하는 편인데, 아마도 주말 알바만 해도 독립해서 월세도 내고 자취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갈 형편이 되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넉넉한 생활은 힘들지만, 어떻게든 살아갈 순 있다. 나도 처음에는 어떻게 주말알바로만 월세를 감당하고 독립해서 살아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공부하면서 알바도 하고

퀘벡에서 대학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교는 유학생들에겐 큰 등록금을 요구하지만, 퀘벡 시민은 유학생 등록금의 20% 정도만 내도 된다. 그것도 다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는 게 손해일 정도이다. 그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2주마다 한번씩 장학금을 준다. 형편에 따라 다르지만, 부모님 집에서 독립한 학생의 경우 훨씬 많은 장학금을 준다.

 

2019년, 유학생 신분인 나는 장학금이나 학비 혜택을 받을 순 없었지만, 주당 20시간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며 돈을 벌 수 있었다. 캐나다에 갓 도착해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학비를 내기 막막했던 나는 일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현지 친구들은 일을 하는데 유학생이랍시고 한국에서 벌어놓은 돈을 까먹고 있자니 뭔가 불편했다.

 

일을 구하려고 웹사이트를 보니, 대부분 프랑스어를 할 수 있어야만 지원을 할 수 있었다. 프랑스어가 서툴어 일을 구하지 못할까 걱정하자 퀘베쿠아 친구인 사라는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프랑스어 어떻게든 할 수 있잖아. (Ça va aller, tu peux te debrouiller, hein?)"

"debrouiller가 무슨 뜻인데?"

"넌 잘 할거라는 뜻이야."

 

당시에는 '어떻게든 해내다'라는 뜻의 'debrouiller'가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로 프랑스어가 서툴었다. 그 단어를 모르고 있었지만, 그 친구의 눈짓과 뉘앙스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렇게 언어를 배워나가는 거구나 싶다.

 

친구의 격려를 듣고, 학교 근처의 샌드위치 가게에서 면접을 봤다. 사람이 급했는지, 성격 좋아보이는 알제리인 사장은 시원하게 내일부터 와서 일하라며 최저 임금을 준다고 했다. 어쩐지 싱겁게 끝난 면접에서 돌아오며, 사라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바를 했던 샌드위치 가게 체인점

"샌드위치 가게에서 나한테 최저시급을 준대. 12.5달러라는데, 너 일하는 편의점에서는 시급을 얼마나 줘?"

"11.5달러 주던데?"

"뭐? 5월부터 최저시급 올랐다고 써있는데?! 사장님한테 시급 올려달라고 해."

"아... 그래. 그래야겠지."

 

최저 시급이 높은 곳이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것 같다. 친구가 최저시급을 다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캐나다의 환상에 젖어있던 나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 나쁜 사람도 있고, 착한 사람도 있고, 그럭저럭 자기 형편에 맞춰 슬쩍 법의 감시를 피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사라는 최저 시급을 운운하며 사장에게 월급을 올려달라고 말하기가 껄끄러웠던 모양이다. 며칠이 지나도 선뜻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나같아도 아마 그런 말을 하기가 부담스럽겠다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그 애보다는 한국에서 직장 경험은 많으니까 이번엔 내가 친구에게 용기를 줄 차례였다.

 

"괜찮을 거야, 넌 사장한테 일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듣잖아! 넌 자격이 있어!"

"알았어. 네가 최저 시급 말한 것만 벌써 세번째다. 꼭 말할게."

 

사라는 어쨌든 용기를 내어 최저시급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편의점 사장은 별 대수롭지 않은 듯 다음부터 올려 주겠다고 말했다. 사라도 별 일 아닌데 괜히 걱정을 했다며 웃었다.

 

 

 

 

 

 

 한국도 최저 임금이 높아진다면?

 

갑자기 최저임금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오늘 본 뉴스 때문이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 캠페인에서 최저 임금을 15달러로 올리겠다고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최저임금이 15달러라니! 미국 달러로 15달러가 얼마인지 감이 오지 않아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1월 7일 현재 환율로 15달러는 약 16,320원이다.

 

최저 임금을 $15로 올리겠습니다!

사실 바이든의 이 공약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특히나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이 공약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오늘 조지아 주에서 민주당이 선거에 승리하면서, 민주당이 상원을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바이든의 이 공약이 100% 실현될 거라고 믿기는 힘들다. 하지만 공약을 실현시킬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고, 미국의 많은 압력 단체들도 최저 임금을 올리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니, 15달러까지는 아니어도 미국의 최저 임금은 계속해서 오를 전망이다. 최저임금이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되면, 사람들의 생활은 어떻게 바뀔까?

 

이쯤 되니 한국의 최저임금은 얼마가 올랐는지 궁금하다. 검색해보니 2021년 대한민국의 최저 임금은 8,720원으로, 지난해보다 1.5%정도 인상되었다. 이 최저임금의 인상률에 관해서도 적다 많다 의견이 분분했다. 한국도 언젠가 최저임금이 확 오르게 될 수도 있을지, 아니면 아직 그건 먼 나라의 이야기인지 궁금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