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

재미있는 꿈 꾸고 몬트리올 상점가로 복권 사러 간 날

by 밀리멜리 2020. 12. 25.

반응형

며칠 전의 일이다. 흐릿한 꿈을 꿨는데, 뭔가 뒤죽박죽이고 웃긴 꿈이었다. 나는 꿈속에서 어느 외국 마을에 있었는데, 마치 영화 <맘마미아>의 그리스 바닷가 마을이나, 아니면 <어바웃 타임>의 웨딩씬에서 나온 영국의 작은 마을 같은 곳이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결혼식 장면

밖은 뭔가 한창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고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신나는 축제 음악이 들렸고 화려한 장식으로 가득했다. 나는 어느 건물로 들어갔는데, 사람들은 다들 축제 분위기에 들떠서 나를 환영해 주었다. 건물의 계단을 올라서자 흰 벽 창틀에 앉아서 악기를 연주하던 여자가 말했다.

 

"어서 와, 우리 축제야. 너무 좋지? 맘껏 즐겨!"

"응, 고마워. 여기는 뭐하는 곳이야?"

"저쪽으로 가면 돼."

 

내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그 여자는 턱끝으로 어느 방을 가리켰다. 꿈이라서 뭐가 이상한지도 모른 채 그 여자가 가라는 장소로 들어갔다. 방은 마치 오페라 극장의 대기실처럼 생겼다. 매표소 같은 곳이 있었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길래 일단 나도 함께 그 줄 끝에 섰다.

 

"이 줄은 뭐하는 줄이예요?"

"아, 복권 사는 줄이예요."

"복권?"

 

줄이 길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내 차례가 왔고, 판매 직원은 말쑥한 검은 정장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직원은 꾸벅꾸벅 졸더니 알아서 하라는 듯 나를 보내주었다. 복권 사는 건 다 비슷한지, 나도 번호를 골라서 복권을 샀다.

 

"9, 26...."

 

그리고 꿈에서 깼다. 잠이 덜 깨서인지 아직도 귓가에 그 축제 음악이 들리는 것 같았다. 아무튼 이상한 꿈이었다.

 

어쩐지 모를 기분 좋은 느낌과 함께 실제로 복권을 사야 할 것 같아서, 처음으로 로또를 사 보기로 했다. 기억나는 숫자는 둘밖에 없지만...

 

집 근처에 있는 작은 편의점을 하는 아주머니는 미안하다며, 우리는 복권을 팔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산책도 할 겸 시내에 있는 쇼핑몰인 '꽁플렉스 데자당스(Complexe Desjardins)'로 향했다.

 

이 쇼핑몰은 높게 솟구치는 분수로 유명하다.

 

쇼핑몰 안에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다.

그냥 로또 스탠드에 들러서 복권만 사려고 했는데 크리스마스 장식이 엄청났다. 여기 사람들, 정말 크리스마스 좋아하는구나.

 

바로 이 트리 앞에 로또 스탠드가 있었다. 복권 스탠드에는 사람 좋아 보이는 아프리카계 아저씨가 있었다. 그나저나 몬트리올에서 복권 사보는 건 처음인데... 외국인도 살 수 있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좋은 휴가 보내세요!"

"네, 좋은 휴가 보내세요. 제가 복권을 처음 사서 잘 모르는데, 영주권 없는 외국인도 로또 살 수 있나요?"

"아, 상관 없어요, 마담. 18살만 넘으면 되니까. 18살 넘었죠?"

"네, 잘됐네요. 그런데 어떻게 사는 거예요?"

"스크래치를 원해요? 아니면 숫자 고르는 걸 원해요?"

"숫자 고르고 싶어요."

"그것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원하는 종이를 뽑아서 7자리 숫자를 고르고 펜으로 엑스 표시를 하세요. 하나에 2달러예요."

 

복권 종류가 한 다섯 가지는 되는 것 같았다. 아무거나 골라서 엑스 표시를 하고 종이를 가져다 주니 영수증 같은 종이를 주었다.

 

물론 복권은 꽝이었다. 당연히 개꿈이지, 뭘 기대한 거야 난! 

아마 다시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쇼핑몰 여자 경비원

쇼핑몰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다 여자 경비원이 있는 걸 발견했다. 몬트리올은 특히 여성 파워가 센 곳이어서 그런지, 어느 직업군을 보아도 여성이 많다. 시큐리티 가드뿐만 아니라 경찰들도 여성이 많고, 버스 운전수 뿐만 아니라 중장비 기계 기사, 공사장 감독관도 여성인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쇼핑몰 밖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아이들은 엄청 신났다.

이 날은 눈이 많이 왔지만 별로 춥지 않았다. 솔직히 요즘은 한국보다 더 따뜻한 것 같다. 아마 1월 중순쯤 되면 무지하게 추워져서 이런 말을 한 걸 후회할 테지만...

 

사진에서 보다시피 아이들은 꽁꽁 싸매고 있다. 어른들은 대충 입어도 아이들은 따뜻한 방한잠바에 스카프, 모자, 장갑, 스노우 부츠가 필수 복장이다. 겨울에는 아이들에게 옷을 입히는 규정이 따로 있을 정도로 방한이 필수적이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방한복을 입히지 않으면 아동학대로 신고될 수도 있다고 한다. 

 

프랑스 알자스식 간식을 파는 스탠드

축제 기간에는 레스토랑에서 출장(?)을 와서 스탠드를 설치하고 자기네 음식을 팔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프랑스식 알자스식 샌드위치와 핫도그, 그리고 크리스마스 별미인 뱅 쇼(Vin Chaud)를 팔고 있었다. 뱅 쇼는 한번도 안먹어봤는데, 어떤 맛일까? 한번 먹어볼 걸 그랬다.

 

굴 요리와 클램 차우더를 파는 스탠드

옥수수가루와 굴로 만든 클램 차우더는 퀘벡 전통 요리이다. 퀘벡은 굴이 유명하다던데... 한번 먹어보고 싶었지만 춥기도 하고 눈도 오고 해서 다음으로 미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눈오는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은 클램 차우더를 사서 먹는다. 아마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주변 벤치에 앉아서 따뜻한 클램 차우더를 먹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을 것이다.

 

 

 

 

 

관련 글 읽기:

 

몬트리올의 빅 크리스마스 트리 - 비버 호수와 샬레 야경

퀘벡 욕(Sacre)에 담긴 독특한 퀘벡 역사

한국 사람이 번데기 먹는 게 뭐 어때서?

몬트리올에서 프랑스어로 크로와상 사기 첫 도전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