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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부

리자치와 왕홍 - 중국 라이브커머스의 저력

by 밀리멜리 2021.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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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치'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립스틱 오빠"라는 별명을 가진, 올해 나이 갓 서른인 이 중국인 청년은 1년 수입으로만 247억 원을 벌고 있으며, 기업 2000개의 수익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어마어마한 수입이 가능할까?

 

리자치의 수입 플랫폼은 라이브 방송으로, 타오바오 같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화장품을 팔고 있다. 로레알의 뷰티 어드바이저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화장품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는 이미지를 얻어, 중국 최고의 남성 스타로 성장했다.

 

2018년 중국의 쇼핑행사 광군제에서는 립스틱을 5분 만에 15,000개를 팔아치워 그 덕에 '립스틱 오빠'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리자치의 팔로워 수는 무려 8천만 명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인 약 5천만 명보다 많다. 리자치가 파는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대한민국 인구보다 3천만 명이 많은 8천만 명이라니, 상상이 가시는지? 

 

중국의 대표 왕홍, 리자치 (Li Jiaqi)

나는 이쯤에서 계산을 포기했다. 그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지, 247억원이라는 숫자가 잘 와닿지 않는다. 중국의 펑파이 신문에 의하면, 중국 내 60%의 A주 상장기업이 리자치 한 사람보다 연수익이 적다고 한다. 말 그대로, 걸어다니는 1인 대기업이다. 

 

중국에서 이렇게 무시무시한 자릿수의 수익을 얻는 인플루언서는 리자치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왕뤄훙런(綱絡紅人, 인터넷 스타)의 준말, 왕홍으로 불리우며 이들이 방송을 켜고 물건을 팔 때마다 수천억원 어치의 명품이 팔려나간다.

 

왕홍은 우리나라의 인플루언서와 비슷하긴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은 돈을 받고 광고를 하지만, 왕홍들은 판매부터 홍보 라이브 방송까지 자신들이 담당하며 큰 수익을 얻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중국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덕분이다.

 

이 중국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은 소수 회사가 90%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타오바오, 징동닷컴, 핀둬둬(拼多多) 등이 그 회사들이다. 그 중 물론 알리바바가 제일 많은 지분을 차지하지만, 비교적 늦게 진입한 플랫폼인 핀둬둬도 그 시장 비율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타오바오 모바일 페이지

 

네슬레의 CEO 마크 슈나이더는 "미래가 궁금하다면 중국을 봐라"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떠오른 새로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전 세계 사람들은 서서히 눈치채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유명 화장품 CEO는 그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로레알(L'Oréal)의 디지털 최고 책임자 루보미라 로쉐(Loubomira Rochet)는 "소비자 중심적인 중국의 e-커머스와 기술발전 중심의 서양 e-커머스는 다르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우리는 프랑스 명품 마케터라서, 소셜 미디어같은 천박한 마케팅은 쓰지 않아. (에밀리 파리에 가다)

넷플릭스 시리즈인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SNS에 재능이 있는 미국인 에밀리가 프랑스 마케팅 회사에 출장을 온다. 에밀리는 당차게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서 홍보하면 어때요?"라고 제안하지만, 프랑스인 상사 실비는 "우리는 고급 제품, 명품을 취급하는데 SNS같이 천박한 마케팅은 쓰지 않아."라고 딱 잘라 거절한다. 글쎄, 과연 어떤 게 천박한 것일까?

 

로레알의 최고 디지털 책임자, 루보미라 로쉐는 말 그대로 첨단 기술 중심의 AI 맞춤 색상 서비스나, 피부 상태 측정 등의 마케팅 방식에 주력하고 있다. 역시 프랑스인들이란! 프랑스인들의 고급적인 디지털 취향이 정답일지, 아니면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를 경계하는 것이 정답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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