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중순, 한 월가의 은행이 2021년 주식 시장이 "건설적"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식 시장이 건설적이다라는 말은, 월스트리트 속어로 "호황이고, 그렇게 믿는 근거가 어느 정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 은행은 그 전망을 내놓고 한동안 기뻐했지만, 곧 다른 사람들도 앞다투어 "건설적일 것이다"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가 이렇게 주식시장 상승을 예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1. 코로나 종료 기대심리
2. 강대국, 기뻐서 돈 뿌리는 정책들
3. 제로금리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는 이런 때야말로, 주식시장이 달아오를 조건은 다 맞춰놓은 셈이다. 너무나 잘 달아올라서 사실 걱정스러울 정도이다. 이 미친 듯한 주식 시장이 멈추기나 할까?
다들 주식시장에 축배를 들고 있지만, 너무 좋아해서는 안된다. 이 오름세는 얼마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이번 오름세는 코로나 사태가 멈출 것이라는 희망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점이다. 각 나라들의 백신 접종이 눈앞으로 다가왔고, 이제는 코로나가 끝나고 회복할 일만 남았다는 기대심리가 가득하다. 하지만 백신이 있다고 해서, 코로나 판데믹이 끝날 거라는 보장은 없다. 과연, 올해 코로나 종식이 가능할까?
두번째, 이 증시 호황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이다. 이 월스트리트의 황소상은 월가 사람들에게는 미신과도 같다. 경제 호황을 의미하는 단어 bull과 황소의 bull이 똑같은 단어이기 때문에, 경제가 잘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 황소가 상징하는 것처럼, 모두가 증시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어떤 경제학자는 우리가 경제 발전 초기 단계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금보다 더 성장할 거라는 뜻이다.
역설적이지만, 너무 낙관적인 태도는 오히려 경계해야 할 신호 중의 하나다. 너도 나도 좋다는 걸 알 때쯤에는, 이미 약삭빠른 투자자들은 시장을 떠나 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펀드매니저들이 증시 호황을 예측했던 것은 2018년 1월이었다. 그 때도 이번과 같은 오름세가 있었지만, 결국 투자자들의 큰 손해로 끝났다.
미국이 돈 뿌려대는 모습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이제 백악관으로 들어서게 될 이번 정부는, 트럼프처럼 경제 부양 정책을 써서 돈을 팍팍 뿌리려나? 가장 걱정이 되는 건 미국이 지금처럼 돈 쓰는 정책을 급작스럽게 멈추려고 할 경우이다. 물론 아직까지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지나고 나서 미국 정부는 크게 인심을 써서 GDP의 2%에 달하는 금액을 경제 부양 정책으로 내놓았다.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했으니 이런 부양정책들이 더 쉬워질 수도 있다.
그럼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다. 이번 경기 활황에는 인플레이션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돈 많은 강대국들은 계속된 봉쇄령 때문에 밖으로 돈 쓰러 나다닐 수가 없었는데, 그러는 동안 현금은 차곡차곡 집 안에 쌓여갔다. 이제 손에 가득한 돈다발을 들고, 코로나 종식 땅! 하면 미친듯이 나가서 쇼핑할 준비가 언제든지 되어있다.
부채 상황은 어떨까? 코로나 봉쇄 때문에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 폐업하면서 그 손해를 감당하려고 대출을 받은 사업자와 기업들이 많다. 이런 기업대출이 많으면 주식 시장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그렇게 별 문제가 될 것 같진 않다.
그래서 지금 이 오름세를 방해할 만한 요인은 꽤 많긴 하지만 정말 큰 타격이 될 만한 것은 오히려 별로 없어 보인다. 모두가 입을 모아 2020년이 거지 같은 해였다고 말하지만, 이 가혹한 2020년에도 성장세를 보인 기업들이 꽤나 있었다. 사실 코로나에 진정으로 타격을 받은 쪽은 상장되지도 못한 중소 기업들이다. 영세 소시민들이 동네 가게와 작은 공장들을 닫을 때, 주식시장은 나몰라라 하고 잘 먹고 잘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미국의 자산 전문가는 "이번 버블은 길어봐야 봄 끝날 때, 여름 시작할 때까지만 지속될 것이다."라며, 미국 시장이 아닌 다른 신흥 이머징 마켓의 주식을 찾아보라고 권고한다.
그의 말을 새겨담아 들을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자꾸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이번 주식 시장 오름세의 원인은 간단하다.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가 이렇게 잘 돌아가면, 다른 곳으로도 그 경제 효과가 퍼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튼, "건설적"이라고 예측한 전문가들의 말도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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